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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과 결혼 그리고 독신의 의미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17 조회수485 추천수2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세상 속 신앙 읽기
송용민 지음

4. 세상 속 사람들
사랑과 결혼 그리고 독신의 의미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세상! 신자들이 사제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졌다. 과거에는 혼자 사는 신부가 불쌍해 보였는지 만나면 "외로워서 어떻게 사세요?"라며 걱정한다. 하지만 요 즘은 능력있고, 가치 있는 독신이 선호되는 시대인지라 독신 을 약속한 신부에게 "요즘 세상에 결혼 안 하고 혼자 사시길 정말 잘했어요."라며 부러워한다. 결혼생활이 힘들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힘든 우리 사회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종교적 독신과 편의주의적 독 신에 대한 선호가 맞물려 있는 현실이 피부로 와 닿는다. 하지 만 사제의 독신이 혼인과 가정에 대한 부정적 회피가 아니고, 혼인 또한 성적 고독과 경제적 의존을 위한 이기주의적 동기가 아닌 이상, 독신과 혼인 모두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인생 여정 에서 중요한 결단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독신과 혼인의 결단에서 이성에 대한 사랑과 성性 은 어떤 의미일까? 사랑을 못해서 독신이 된 것일까? 아니면 독신을 위해 사랑과 성을 포기한 것인가? 반대로 사랑과 성은 혼인한 이들한테만 허락된 것인가? 사랑하면 꼭 혼인을 해야 하는가? 사랑 없이 혼인한 이들이나, 혼인하지 않고 함께 사는 이들에 대한 고민이 우리 시대의 힘든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 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고 한다. 드 라마나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애처로운 사랑 이야기가 개인의 일생에도 몇 차례 다가온다는 것이다. 단지 차이가 있 다면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기나 도전으로 여겨 회피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우리 나 라 사람들이 드라마에 잘 빠지는 이유는 이야기 전개가 재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겪지 못한 운명적 역경의 순 간을 헤쳐 가는 주인공들의 삶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혼 인을 통해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 운명적 사랑 이야기는 혼인 전 꿈꾸던 가슴 떨린 사랑에 대한 향수와 혼인 후 양말 한쪽을 세탁기에 넣지 않는다고 서로 말다툼을 일삼는 부부의 권태감 에 대한 자위적 의미가 강하다. 사랑은 하느님이 주신 가장 놀라운 선물이다. 인간이 지닌 본능적 사랑 욕구는 그것이 에로스적 성향이든, 우정의 의미 이든 상대방과 하나가 되고 싶은 열정의 표현이다. 남녀가 사 랑을 느끼는 일이 호르몬의 작용이라는 뇌과학자들의 이야기 나, 얼마 동안 시간이 지나면 남녀가 서로에게 권태감을 느끼 는 일도 자연적 현상이라는 이야기는 사랑을 너무 생물학적 관점에서만 본 것이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사랑은 하느님의 속성이고, 하느님이 인간에게 나눠주신 놀라운 친교의 능력이 다. 사랑은 눈에 콩각지가 씌운 듯이 상대방을 아름답게 보고, 자신의 생각과 삶을 나누고, 상대방을 위해 자기 의지를 포기 하는 용기마저 일으킨다. 예수님의 삶 전체가 타자를 위한 사 랑의 삶이었다면, 그분은 사랑의 화신化身으로서 사랑 자체이 신 하느님이 우리의 육신을 취하신 신비와 같은 이치다. 가톨릭교회는 어느 종교, 어느 그리스도교 교파들보다도 혼 인과 성에 대해서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혹자는 그런 가톨릭 의 보수성을 비판하거나, 여성 폄하적이고, 성에 대한 엄격한 교회의 가르침 때문에 시대에 뒤떨어진 종교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사제인 나도 남녀 간에 개인적으로 일어나는 은밀한 부 분까지 교회가 간섭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당혹감을 느낀 적이 있다. 개신교가 혼인과 성윤리를 교회법이 아닌 하느님의 자 연법에 두고 관대하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가톨릭의 엄격한 가르침이 때로는 혼인하지 않고 사는 성직자들의 발상 때문이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 - 혼인 - 성性에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하느 님의 진리가 담겨 있다. 사랑이 동물적 본능에 머물러 있을 때 는 감각적 쾌락이 그렇듯이 영속성을 갖지 못한다. 사랑은 성 을 요구하지만, 성이 언제나 사랑을 완성해 주지는 않기 때문 이다. 혼인이 성의 합법적인 사회적 합의라는 말도 있지만, 부 부간에 사랑 없는 성관계나 혼인과 무관한 성관계는 비록 사 랑의 행위 자체가 악한 것은 아니더라도 사랑이 추구하는 온 전한 자아의 완성을 돕지 못한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 아내지만, 우리가 사랑하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내 사랑 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교회가 혼인과 성에 대해 엄격한 것은 단순히 종교적 수행 을 위한 금욕적 의미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하느님 의 사랑으로 창조된 인간의 신비, 그 사랑을 위해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내어 주신 놀라운 사랑의 신비를 혼인과 성 안에서 지키기 위한 것이다. 혼인은 하느님 사랑이 이기적 쾌락이 아 닌 자신을 내어 주는 참된 희생과 신뢰의 완성을 이루는 결단 이고, 성은 가장 은밀한 자신의 보화를 상대와 나누면서 얻는 책임과 약속의 행위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신뢰 없는 부부생활과 책임 없는 성의 남용으 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숙한 부부라면 성행위 자체보다 가정 안에서 서로를 믿고 감싸주는 작은 신뢰 행위가 혼인의 축복 임을 안다. 성숙한 남녀라면 서로의 성을 지켜주면서도 상대 의 가슴을 울리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한순간의 책임 없는 성행위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혼인을 택하지 않고도 참된 사랑을 완성하는 이들 이 있고, 혼인을 통해서 참된 사랑의 진면목을 깨닫는 이들도 많다. 한 사람에 대한 사랑보다 더 넓은 사랑을 위해 봉사하기 로 결단하고 독신생활을 선택한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있다. 또한 혼인의 축복으로 맺어진 부부는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인생의 참된 가치를 찾는다. 사랑은 두 려움을 몰아낸다고 했다.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나 를 정말로 자유롭게 하는지, 혹시 불안과 기피의 대상은 아닌 지 생각해볼 일이다. 참된 사랑과 자유를 완성하는 혼인의 축 복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은총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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