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13 재의 수요일 요엘2,12-18 2코린5,20-6,2 마태6,1-6.16-18

회개의 시스템

-회개의 일상화-

오늘 재의 수요일부터 은총의 사순시기가 됩니다.

시나이 산에서 40주야 재를 지키며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었던 모세처럼,

사십 주야 험한 길을 걸어 호렙산에 이르러 하느님을 만났던 엘리야처럼,

또 사십 주야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말씀으로 물리치시며

하느님을 깊이 체험했던 예수님처럼,

우리 역시 하느님을 새롭게 체험하는 사순시기 광야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은 오늘 요엘 예언자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며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이어 주님은 사도 바오로를 통해 하느님과의 화해를 촉구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회개에 이어 하느님과의 화해입니다.

회개하여 화해할 때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습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의 시기이자 화해의 시기입니다.

비상한 회개가 아니라 평범한 회개입니다.

이 은총의 사순 시기, 회개의 시스템을 새롭게 점검하여

회개의 일상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나눌 묵상은 ‘회개의 시스템’을 통한 ‘회개의 일상화’입니다.

회개는 무엇입니까?

하느님께 돌아오는 게 회개입니다.

하느님 제자리에 돌아와 제정신으로 제대로 사는 게 회개입니다.

죄란 무엇입니까?

하느님을 떠나 하느님을 잊고 제멋대로 사는 게 죄입니다.

그러니 회개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을 떠나 하느님을 잊고 살면 나도 잊어버리게 됩니다.

대부분의 불행도 하느님을 떠나 자기를 잊음으로 파생됨을 깨닫습니다.

‘참 나’를 사는 길은 하느님께 돌아오는 회개의 길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자선, 기도, 단식의 수행에 있어서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라 하십니다.

사람이 아닌 하느님께만 보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갚아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게 진정 이웃을 편안하게 하고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수행입니다.

자기(ego)를 만족시키는 수행이 아니라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깨끗하고 겸손한 수행입니다.

수행은 숨겨져 있을수록 좋습니다.

이에 가장 좋은 방법이 회개의 시스템에 따른 회개의 일상화입니다.

바로 우리 수도승들의 일과표가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기도와 노동의 수행이 균형 잡힌 일과표는

그대로 회개의 시스템이자 회개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회개의 일상화를 위한 첫째 요소가 기도입니다.

기도는 언제나 회개를 동반합니다.

매일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공동으로 바치는 성무일도가

하느님 안 제자리에 돌아오는 회개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모두에게 들어나 있으며

개인이 잘 들어나지 않고 숨겨져 있는 공동기도입니다.

이런 기도가 저절로 마음을 겸손하고 순수하게 만들고 자유롭게 합니다.

가능하다면 회개의 시스템 일과표에 단식이나 자선도

일정한 날이나 시간에 넣어 공동으로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 수행은

들어나면서도 들어나지 않는 겸손한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하나 가장 좋은 수행은 자발적 기쁨으로,

충실히 회개의 시스템, 일과표를 지키는 것입니다.

참 좋은 회개의 시스템인 일과표가

우리를 하느님 안에 숨겨주어 겸손한 수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비단 수도원이 아니라도 믿는 자 모두가

자기 처지에 맞는 ‘회개의 시스템’ 일과표를 만들어

기도, 일, 자선, 단식 같은 필요한 수행을 넣어 실천한다면

영적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고의 수행은 자기(ego)가 없는,

감쪽같이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수행입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숨겨져 있는 겸손한 수행에 항구한 이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주님은 재의 수요일 미사를 통해 회개로 깨끗해진 우리 모두에게

수행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