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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난 봉사와 망가진 일상 사이에서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7 조회수484 추천수1 반대(0) 신고
                재난 봉사와 망가진 일상 사이에서
 
 
 
 

▲ 태안성당 /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 전경  
ⓒ 지요하  재난봉사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은 1956년부터 연륜이 시작되었다. 8년의 '공소(公所)' 시절을 포함하여 현재 반세기가 넘는 5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4년 '본당(本堂)'으로 설정되어 지난 2004년 '40주년' 행사들을 성대하게 가진 바 있다. 구세군 태안영문, 제일감리교회, 태안장로교회와 더불어 태안 지역에서는 가장 오랜 그리스도교 신앙공동체다.

태안성당은 현재 2500여 명의 신도가 공동체를 이루고 있고, 그동안 11명의 주임 사제가 거쳐갔으며, 현재는 12대 주임 구본국 베난시오 신부님께서 사목을 맡고 있다. 천주교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정결과 청빈과 순명'의 '삼위일체' 안에서 산다. 독신 정결을 지키기에 가난할 수 있고, 가족이 없고 가진 것이 없기에 절대적으로 순명할 수 있다.

대개는 부임 본당에서 3년이나 5년 정도 사목을 하다가 교구장이나 대수도원장의 발령장 한 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군종 파견과 해외 파견, 특수 사목과 교구청 근무, 신학대학 교수 등도 늘 순명을 전제로 한다.  

천주교 성직자 수도자들의 독신 정결은 교회를 거룩하게 하는 기본 요체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사제가 되려면, 군복무 기간을 포함하여 대개 10년 정도 공부를 해야 한다. 신학교 과정이 너무도 어렵고 힘들어 중도 탈락하는 이들이 많다. 100명이 신학교에 들어갔다면, 10년쯤 후에 사제가 되는 이는 대개 10명이나 20명 꼴이다.

이런 연유로 천주교 신자들은 사제를 배출하고 보호하기 위해 지극 정성을 기울이며, 성직자와 수도자에 대한 존경심은 참으로 극진하다. 정결이나 가난과는 별로 관계없는 신자들도 순명정신만큼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그대로 본받는다.

태안성당은 그동안 2명의 사제를 배출했고(본당 연륜에 비하면 무척 적은 수이다), 현재 한 명의 신학생을 두고 기대와 정성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1명의 수사와 10명의 수녀를 배출하고 있다.            
      

▲ 태안성당 현수막 / 새 성전 건축 완공 시기였던 지난해 가을 태안성당 정문에 걸렸던 현수막  
ⓒ 지요하  재난봉사

이런 태안성당에 지금까지 7명의 사목회장(총회장)이 신도 대표로 봉직을 했고, 제8대 사목회장으로 필자가 지난 1일 오전 신년 교중(敎衆)미사 때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고, '봉임(奉任)'을 시작했다. 총회장으로 더 많이 불리는 그 이름대로 태안성당의 무려 100개가 넘는 소공동체(구역, 신심단체, 봉사단체, 친목단체)들을 총괄하는 신자대표가 된 것이다.

참으로 큰 중책이지만,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므로 역시 주임 신부에 대한 절대적 순명이 전제된다. '순명(順命)'이라는 가톨릭교회의 전통적 가치기반 위에서 책임과 권위를 유지하며 주임 사제를 보좌한다.

현재 태안성당은 지난 4년에 걸쳐 건립한 '40주년기념성당'의 잔여 건축비(빚) 해결 문제와 축성봉헌식을 거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외적 성전건축과 잘 어울리는 내적 성전건축, 즉 영성 발전을 이루려는 노력이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이런 과제만으로도 버거움을 느끼는 판인데, 지난해 12월 7일 태안반도를 덮친 석유 재난으로 말미암아 연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태안성당은 대전교구뿐만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의 전진기지가 되어 있다. 전국의 수많은 성당들과 수도회, 기관, 단체, 학교 등에서 매일같이 수백 명씩 몰려오고 있다. 
  

▲ 태안성당 총회장 취임 / 지난 1일 오전 신년 교중미사 때 태안성당 구본국 베난시오 주임 신부님으로부터 제8대 사목회장 임명장을 받았다.  
ⓒ 지요하  재난봉사

이들을 해변 기름제거 작업장으로 안내하고, 작업 뒷바라지를 하고, 점심 급식과 간식 제공을 한다. 평일에는 수백 명이지만, 주말에는 쉽게 1천명이 넘는다. 여기에다 군부대 간식 제공도 담당한다.

초기에는 신자들을 소원면 의향리(십리포)해수욕장으로 집중 투입을 한 다음 소근리 해변으로 장소를 옮겼다가 올해 연초부터는 모항2리 해변으로 집중 안내를 하고 있다. 군부대 간식 제공도 처음에는 공수부대와 환경대대 등 3곳을 하다가 그 부대들의 철수로 지금은 원북면 황촌리 보병부대 한 곳만 맡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재난 봉사로 말미암아 그동안의 평온하고 단조롭던 내 일상은 완전히 망가진 상태다. 지난해는 들쭉날쭉 거드는 정도였지만, 총회장 직책을 맡은 다음부터는 연일 전면에 나서서 진두 지휘에다가 첨병 노릇도 한다.

안면도를 제외한 태안군 전역을 관할하고 있는 태안성당은 전체 신자 2500명 중에서 무려 500명 정도가 유조선 기름유출의 직간접 피해자다. 현지 피해당사자 처지에서 태안성당의 재난봉사 활동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봉사 참여자들의 일상 손실 피해와 피로도 누적되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도 기름과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데에 더욱 큰 애로가 있다.

그래도 태안성당의 재난봉사단원들은 하루의 일과를 마친 저녁마다 전투 의지와 사명감을 되새기곤 한다. 자연스럽게 '재난봉사단'이 형성되고 체계가 갖추어진 모양새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급히 마련한 '봉사본부 상황실'에서 상황 점검과 의논을 거듭하며 서로를 격려하니, 거기에서 신앙공동체 특유의 활기와 역동성을 확인하는 재미도 실팍하다.

망가진 일상 속에서 여러 가지 손실과 희생과 고달픔 따위를 구체적으로 겪고 있지만, 전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내 고장을 되살려내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그 명명백백한 사실에서 스스로 위안을 챙긴다. 무릇 현재진행형이란 과거완료형을 위한 것이므로…!
  

▲ 태안성당 재난봉사단 점심 급식 팀 / 태안군 소원면 모항2리 해변의 자원봉사 방제작업 점심시간 풍경  
ⓒ 지요하  재난봉사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 17일치 '태안칼럼' 난에 게재된 글입니다.


2008.01.17 10:14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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