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입이 열린 계기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3 조회수658 추천수7 반대(0) 신고
 

입이 열린 계기 - 윤경재

“이웃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 큰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러자 모두 놀라워하였다.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그리하여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다.” (루카 1,57-66)

 

 사람의 말은 의사를 전달하고 서로 뜻이 통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수많은 말을 했어도 뜻이 통하지 않으면 그저 울리는 징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징소리가 나에게 아무 상관없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자신을 훼방하거나 귀찮게 굴면 곧 오해를 일으켜 다투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말을 해서 더 곤란당하는 경험을 겪습니다. 숫제 아무 말도 하지 말 것을 하고 후회하는 때가 잦습니다. 

 즈카르야의 입을 닫은 가브리엘 천사의 행위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못 하게 막은 데 있습니다. 아마도 주님의 성소에서 겪은 놀라운 일을 떠벌리고 다닐까 염려했을 것입니다. 사람은 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할 위험이 더 커집니다. 신기한 일일수록 소문은 더 빨리 퍼지는 법이니 여러 사람이 질문을 했을 것이고, 즈카르야는 점점 자기를 내세우는 유혹에 빠져 주님의 뜻을 소홀히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자기공치사가 담겨 있는지 모릅니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기도해서 얻은 아이라오.” 전혀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어가 내가 될 때 그는 하느님을 가린 것입니다. 심지어“하느님께서 도와주셨다.”라는 말 속에도 그의 특별함이 배어나옵니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그래 너 잘났다는 심정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즈카르야는 침묵이야말로 금이라는 큰 경험을 하였습니다. 아기 이름을 자기 이름을 따서 부르지 않고 요한이라고 새롭게 부르도록 허락했을 때 그의 입이 비로소 열렸습니다. 요한은 이제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주님의 아이라는 상징이 담겼으며 자신도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유대인의 이름을 살펴보면 대부분 하느님을 뜻하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엘, 요, 야, 여 등이 그런 뜻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엘은 하느님, 요, 야는 주님이라는 말과 가깝습니다. 우리도 경우에 따라 하느님 또는 주님하고 달리 부르듯 그들도 여러 호칭이 있었습니다. ‘엘’은 통칭에 가깝습니다. 이름의 기원도 ‘엘로힘’에서 나와 북 이스라엘 계통이라 보며, 역사적으로 더 오래되었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야’ 계통은 모세의 탈출 사건 이후 자기 민족을 돌보아 주시는 자기들의 주님이라는 뜻이 더 강하게 담겨있습니다. 

 우연히도 요한의 가족 안에 하느님을 부르는 서로 다른 호칭이 담겼습니다. 엘리사벳은 ‘하느님은 우리의 맹세’ 라는 뜻이며 즈카르야는 ‘주님께서 기억하신다’ 요한은 ‘주님의 은혜’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루카저자가 각 이름이 갖는 뉘앙스대로 한 개인의 삶을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른 복음서와 달리 여인들과 개인의 인격을 중요시 한 그의 뜻이 나타납니다.

 우리도 세례 때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로 새 이름을 받습니다. 그 이름을 본명이라고 부릅니다. 세속명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뜻에서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려고 결심하고 주보성인의 가호를 빕니다. 성인의 통공을 믿는 사도 신경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제 본명은 요셉입니다. 그래서 요셉성인의 삶을 더 자주 묵상하게 되고 그 이름값에 먹칠하지 않도록 조심하게 됩니다. 요셉성인께서 보여주신 성덕을 조금이나마 따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요셉성인의 성덕은 성 가정을 이끌고 하느님의 뜻을 자기 소유로 여기지 않고 침묵으로 지켰습니다.

 즈카르야처럼 벙어리가 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는 것을 자주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리기보다 자기공치사와 자기 뜻을 내세우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하겠다고 묵상해 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