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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6일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판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6 조회수1,197 추천수14 반대(0) 신고

11월 6일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  루카 15,1-10

 


 

 

“저 사람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군.”


<내려가시는 예수님>


    갯바위 사이로 꽤 골이 깊게 난 바다에서 수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깊은가, 바다 밑은 또 어떻게 생겼는가, 밀려오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한번 깊이 내려가 본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깊었는데, 밑으로 내려갈수록 두려움이 점점 커졌지만, 바다 밑에 황홀하게 펼쳐진 또 다른 세상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밑으로 내려간다는 것, 몸을 던진다는 것, 자신을 포기한다는 것, 자기비하의 삶을 산다는 것,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번 내려가 보십시오. 그 밑바닥에서부터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은 초지일관 밑으로 내려가는 삶이었습니다. 부단한 내려섬의 연속이 예수님의 생애 전부였습니다.


    공생활을 마무리 지으시는 예수님은 마침내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자청해서 내려가십니다. 공공연한 장소에서 옷 벗김을 당하십니다. 가장 치욕적인 십자가형에 처해집니다. 강도들과 동일한 취급을 받습니다. 더 이상 내려설 수 없는 심연의 바닥이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가장 밑바닥에서 아들 예수님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의 손을 잡고 다시금 가장 위쪽을 향해서 올라오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한 마디로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셨다가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신 삶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내려가시는 모습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계십니다. 당대 가장 밑바닥 인생의 대표였던 세리, 죄인들과 함께 어울려 식탁에 앉으십니다. 포도주잔을 마주칩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로서는 꿈에도 생각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들의 행동양식 안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밑바닥으로 자청해서 내려가는 예수님의 모습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내려감에는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내려감은 단순한 내려감이 아닙니다. 다시 올라올 것을 전제로 한 내려감입니다.


    세리들과 죄인들 사이로 내려가신 예수님께서는 그 바닥에 안주하지 않으십니다. 그들의 비윤리적인 삶에 동화되지 않으십니다. 그곳의 어두운 분위기에 머무르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현존으로 그곳의 분위기를 밝게 변화시키셨습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게 만드셨습니다. 그들을 성화시키셨습니다. 마침내 그들을 손을 잡고 높은 곳으로 올라오셨습니다. 그들과 함께 성화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내려감의 특징이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32번 / 언제나 주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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