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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8일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28 조회수1,159 추천수13 반대(0) 신고
 

10월 28일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루카 6장 12-19절



“그 무렵에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다이어트를 위한 기도>


    한 외국 어린이가(비만수치가 꽤나 높은) 하느님께 드린 ‘다이어트를 위한 기도’입니다.


    “하느님, 저를 빼빼하게 해주세요. 그게 너무 힘드시거든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뚱뚱하게 해주세요.”


    수능을 앞두고 교회나, 성당, 사찰에서는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가 한창입니다. 분위기가 사뭇 비장합니다. 때로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합격 100% 보장’, ‘불합격 시 전액 환불’...


    ‘이번에 저희 아들, 어느 어느 대학, 어느 학과, 그것도 수시모집에 꼭 합격시켜주십시오.’라고 수도 없이 반복하는 어머니들의 기도 앞에 하느님께서 참으로 난감하시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기도도 기도일까, 하느님을 너무 몰아세우는 기도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기도하시는데, 우리의 기도방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 역시 중차대한 ‘큰일’을 목전에 두고 하느님께 기도드리십니다. 공생활 기간 동안 당신과 동고동락할 제자단, 요즘으로 말하면 주교단을 설립하기에 앞서 기도하러 산에 들어가십니다. 그리고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밤새워가며 어떤 기도를 바치셨을까요? 아마도 이런 기도였겠지요.


    “아버지, 당신 종이 듣고 있사오니 말씀해주십시오. 당신께서 원하시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아버지 나라 건설에 합당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다른 무엇에 앞서 깊은 침묵에 들어가셨을 것입니다. 심연의 침묵 가운데 아버지의 뜻을 찾으셨을 것입니다. 아버지 뜻대로 하시라고 간구하셨을 것입니다.


    제대로 된 침묵기도란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 홀로 남아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 침묵기도입니다. “나는 결코 너를 떠나지도 않겠고 버리지도 않겠다.”고 하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침묵기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것과 그분께서는 오늘 우리 처지가 어떠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신다는 것을 굳게 믿고 드리는 침묵기도입니다.


    결국 참된 기도는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기도입니다.


    인간의 언어는 너무나 제한적입니다.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긷든 수많은 이야기들, 미세한 영혼의 울림들을 필설로 표현하기란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그저 하느님 현존 안에 있는 그대로 머무는 것입니다. 때로 하느님 앞에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많은 말보다 침묵이 더 필요합니다. 때로 우리가 그저 그분의 든든한 팔 안에 푹 안겨있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상한 아버지이신 그분 앞에 그저 편안히 앉아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기도인지 모릅니다.


    때로 그분 앞에 우리가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기도입니다.


    때로 많은 사람들 앞에 설 때가 있습니다. 꽤 많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시작하기 직전에는 심한 긴장감을 느낍니다. 가슴이 심하게 요동치기도 합니다. 그 순간의 기분을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그러고 나면 하느님께서는 어느새 제 마음을 안정시켜주십니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주십니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군중들은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지닌 내 형제요 자매로 변화되는 기적이 벌어집니다. 어느새 불안감은 사라지고 기대감에 부풀어 강론대로 올라갑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6번 / 찬미 노래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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