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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전 요셉 신부님의 복음 맛들이기 - 연중 제 30 주간 화요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28 조회수724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제 30 주간 화요일 - 파견 받은 자

 

1997년 탈출하여 2년 동안 9억 8000여만 원을 훔쳤고 헬기와 군대까지 동원하여 그를 잡으려했지만 눈앞에서 13번이나 유유히 사라졌던 탈옥수이자 무기징역수 신창원을 우리는 다 기억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번만 쓸어줬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거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새끼야. 돈도 안 가져왔으면서 뭐 하러 학교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사람들은 이런 말은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확신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할 줄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자녀가 결혼하려고 한다면 상대방 집의 무엇부터 물어봅니까? 양친이 모두 살아 계시냐고 묻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부모의 사랑을 받아 본 이들이 자신의 자녀도 잘 사랑해 줄 것임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창원도 엄마가 자신이 8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못 받은 데다 학교에서도 칭찬 한 번 못 받아보고 자랐으니 그에게서 사랑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이해인 수녀님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며 마음의 평안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이해인 수녀님께 보낸 편지를 한 번 읽어봅시다.

 

“이모님께

새장 같은 공간, 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

나약한 의지를 어찌할 수 없는 장벽 앞에서 절망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바삐 날아온 사랑이 있었습니다. 꼬물꼬물 길게 늘어진 날필을 해독할 수 없어 암호를 풀 듯 30분을 매달려야만 했지요. 35년이 흘러 지금은 희미해져 버린 어머니의 향기 그리고 요람 같은 포근한 가슴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홍역을 앓듯 마음의 몸살을 앓을 때면 마치 곁에서 지켜보고 계셨던 것처럼 한 걸음에 달려오셨지요.

“사랑해요, 창원이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알죠? 우리 모두 기도하며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요.”

이모님은 때론 어머니처럼, 때론 친구처럼 그렇게 그렇게 저의 공간을 방문하여 손을 내미셨습니다.

마을 중앙에서 두 팔 벌린 당산나무 같은 이모님.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막아 삶에 지친 영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수호수.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내리사랑만 베푸시다 지금은 알을 품은 펭귄의 헤진 가슴으로 홀로 추운 겨울을 맞고 계시는군요.

처음 이모님의 병상소식을 접했을 땐 눈물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울지 않아요. 걱정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해빙이 되고 들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밝게 웃으시며 풍성한 품으로 절 부르실 걸 알기에 조용히 조용히 봄을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2008년 9월 푸른 솔밭에서.”

 

신창원씨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나오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해인 수녀님께서 먼저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을 사랑해 주고 그래서 사랑을 가르쳐준 이해인 수녀님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시몬과 유다 타대오 사도의 축일입니다. 사도는 ‘파견 받은 자’란 뜻입니다. 무엇을 위해 파견 받았습니까? 예수님께서 세상에 파견되시어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사랑을 드러내고 우리들에게도 사랑을 가르쳐 주셨듯이 사도들도 마찬가지로 사랑을 해 주고 사랑을 가르쳐주기 위해 파견 받은 이들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하기 위해 파견 받은 이들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 세례를 받을 때 사랑의 사도들이 되었습니다. 사도들이 보여준 사랑, 이해인 수녀님이 보여준 사랑을 우리도 하도록 파견 받았습니다.

오늘 두 사도의 축일에 사랑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서 누구나 사랑 하도록 파견되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시다.

 

 

 

- 로마에서 공부하시는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묵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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