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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7일 야곱의 우물- 루카 13, 10-17 묵상/ 완고한 마음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27 조회수562 추천수5 반대(0) 신고
완고한 마음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어떤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다. 마침 그곳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가 있었다. 그는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부르시어,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시고,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가 즉시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런데 회당장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셨으므로 분개하여 군중에게 말하였다.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자기 소나 나귀를 구유에서 풀어 물을 먹이러 끌고 가지 않느냐?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를 사탄이 무려 열여덟 해 동안이나 묶어놓았는데, 안식일일지라도 그 속박에서 풀어주어야 하지 않느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그분의 적대자들은 모두 망신을 당하였다.
 
그러나 군중은 모두 그분께서 하신 그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두고 기뻐하였다.
(루카 13,10-­17)
 
 
 
 
◆오늘 복음의 장면을 떠올려 본다. 열여덟 해 동안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 없었던 여인이 예수님의 손길이 닿자마자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한다. 주위에 있던 모든 이가 함께 기뻐하고 놀라워하며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회당장은 이를 보고 분개한다.
 
지난 여름에 대침묵을 하며 한 달 동안 피정을 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나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피정에 임했다. 피정 일정 중에는 쉬는 날이 두 번 있었다. 이날은 대침묵이 풀리면서 몇 사람씩 함께 어울려 산행이나 소풍을 할 수 있었다. 나는 한 달 내내 대침묵을 유지하고 싶었기에 쉬는 날에도 대침묵을 푸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첫 번째 쉬는 날, 함께 소풍을 가자는 옆방 수녀님의 쪽지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혼자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피정집이 계룡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매일 조금씩 산행을 하며 묵상을 했는데 이날은 산을 넘을 계획을 세웠다. 그날 산에 가려고 준비하는 수녀님들이 여럿이었는데 내가 일찍 나서게 되어 먼저 연천봉에 이르고 나서 고개를 넘어 갑사 쪽 계곡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전날까지 내린 비로 불어난 계곡 물과 산그늘이 어우러져 나는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마음속으로 찬미가를 부르며 넋을 잃었다.
 
열흘 후 두 번째 쉬는 날에는 코스를 반대로 잡았다. 이번에도 혼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갑사 행 버스에 오르니 같은 코스를 택한 수녀님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이러다가 침묵이 깨지겠다 싶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덕분에 앞서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뒤에 오는 수녀님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날은 날씨가 많이 흐려 산속으로 들어가니 점점 어두워졌고 올라갈수록 운무가 심해 몸이 젖어 들었다. 몸만 젖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우울해졌다. 날씨 탓으로 계곡의 아름다움이 반감된 것도 있지만 쉬는 날 자매들과 함께 자연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하지 못하고 혼자 거룩한 척 산을 넘는 내 모습이 완고하게 느껴졌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회당장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안식일 법을 지켜야 한다는 그 완고함은 눈앞에서 일어난 엄청난 사건을 보고도 함께 하느님을 찬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고집하는 완고함은 눈도 마음도 멀게 만든다. 또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자매들과 함께 자연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리라.
김인옥 수녀(사랑의 씨튼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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