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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91101에 부쳐
작성자제병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22 조회수1,696 추천수8 반대(0) 신고

 

 

91101에 부쳐   

                                                              

온 세상을 머리에 이고

살아있음으로 충만했던 당신은

가야 할 곳에 마음을 두고  

찢기워진 몸으로 하늘을 날아 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을 당신이

아침에 흘린 빵 부스러기를 치우지도 못했는데      

어딘가에서 꽃잎 떨어지듯 몸 흘리신 당신을

날더러 어이 하라 십니까.

다녀 온다 약속 하셨기에

어제처럼 그렇게 돌아 오실 당신이라서

문 밖에 서 있는 듯 달려가 문을 열었더니

온 몸으로 우는 사람들 또 사람들……..

몸 흘려 가신 당신이 마지막 순간에

핏줄 터지는 소리로 "사랑한다" 하셨을 절규가

아이들, 부모 형제, 그리고 나를

산 채로 찢어도

나는 아직 용서를 배우지 못하겠습니다.

눈만 감으면 가슴에서 터지는 그 날의 광경이

폭죽이 되어

세상 어둠을 몰아내기를 눈물로 빌면서

죽기 보다 어려운 용서를 배우기 위해

촛불 하나 켜 놓고 당신을 보내야 하지만

차마 보내지 못하는 내게

억울함을 물어 주실 이 누구 없나요?

아직도 먼 길 가실 당신이여!

나는 아직 당신을 보내지 못했지만

서둘러 가셨으니

서둘러 내게 돌아 오십시오.

용서하고 보내야 오신다 하기에

나 홀로 입 맞추고 당신을 보내니

부디 내 사랑!

눈물의 입맞춤을 잊지 마십시오.

보내지 않았어도 가신 당신!

마지막 숨소리로 부르셨을 이름마다

별이 되어 하늘 마당에 걸렸으니

가시는 길 동무 삼아 가셨다가

언젠가 몸 받아 내게 오실 그 날에는

용서를 배운 내 가슴에

훈장처럼 달아 주십시오.

아! 그러나

사랑한다는 내 목소리 화살이 되어

먼 길 가시는 당신에게

날아갈 수만 있다면 내 기꺼이

용서할 수 있겠습니다.

누구라도 용서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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