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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죽음은 모든 것을 깨끗이 한다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2 조회수1,344 추천수1 반대(0) 신고
내가 어릴 적에 우리 가족은 가정 기도의 하나로 행복한 죽음을 위한 기도를 바치곤 했다.
어린 내 생각에 행복한 죽음이란 사랑하는 가족과 교회의 팔에 안겨,
 하느님과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아주 평화롭게 죽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죽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갑자기 설마 하다가 상처를 안은 채 불안을 안은 채 죽는 수가 많다.
즉 슬퍼하면서, 용서하지 못하고 용서 받지 못하고, 자신의 죄를 씻지 못하고,
가족과 교회와 화해하지 못하고, 쓸쓸하게, 하느님과 공동체에 무관심한 채로,
화가 난 채로, 술에 취한 채로, 마약과용으로 혼미한 채로, 자살로 죽는 수가 많다.
또는 때때로 사람들이 해야 할 말도 못하고, 해야 할 일도 못한 채 죽는 수가 많다.
사람들은 일을 끝내지도 못한 채 죽는 수가 많다.
옛날의 고백기도에서처럼, 한 말과 하지 못한 말, 한 일과 하지 못한 일을
모두 고백하고 화해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인용하기로 한다.
 50대의 남자를 상담할 때였다.
그가 어릴 때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다가와서 꼭 껴안아 달라는 것을
남자라는 이유로 또 금지되어 있다고 해서 거절했던 일 때문에
(그가 일곱 살 때였으며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였다.
50여 년이 지난 후에도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한 경우는 아주 격노하여 가족에게 화풀이를 하고 집을 뛰쳐 나와
바로 사고로 죽은 사람의 장례식을 집전한 경우이다.
 
 우리들 주변의 가까운 많은 사람들이 화해를 하지 못하고 죽는 것을 본다.
우리가 그들에게 상처를 입혔을 수도 있으며 그들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었지만
화해하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또는 살아 있을 때 보다 많이 베풀어야 하는데
살기에 급급하여 도와 주지 못했을 때나
그들을 미워하고 화해하려는 뜻을 밝혔지만 이미 늦은 때가 있을 수 있다.
죽음은 우리를 떼어 놓으며,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죽으면
그 감정이 영원히 남아 있게 되어
죄의식을 갖고 계속하여
“다시 기회를 준다면…, 다시 기회를 준다면..”하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들이 성인(聖人)들의 영성체에 관한 가톨릭교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다시 기회를 준다면…”이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사도신경에 있는 우리 믿음의 핵심인 이 교리는
죽은 모든 성인들의 통공(vital communion; *역자주; 여기서 통공(通功)이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신자들과 천국에서 천상의 영광을 누리는 이들, 그리고 연옥에서 단련을 받고 있는 이들이모두 교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기도와 희생과 선행으로 서로 도울 수 있게 결합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통공의신비는 우리가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속죄함으로써 그들이 죄를 용서 받을 수 있게 하고, 또 천국에 있는 성인들을 공경하며 우리도 그들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을 믿으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진정으로 신자의 특권으로 죽은 자들과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성인의 통공을 믿는다는 것은
계속하여 죽은 자들과 대화할 수 있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또 우리들과 죽은 이들의 관계가 계속하여 호전되고 있고,
인간적인 많은 이유 때문에
죽은 이들과 이 세상에서는 불가능했던 화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우리들과 우리보다 먼저 죽은 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받았기 때문이다.
죽음이 화해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깨끗이 씻어주는 것이다.
교회가 이를 가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간에 그리고 친구 간에, 공동체 안에서,
모든 인간관계 안에는 긴장이 있고, 오해가 있고, 분노가 있고, 좌절이 있고,
화해할 수 없는 이견(異見)이 있고, 분열시키는 이기심이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있게 마련이며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죽는다.
죽음은 전에는 불가능했던 평화와 깨끗함과 자비심을 갖게 한다.
어떻게 그렇게 될까?
 
 죽음이 가족이나 사무실 또는 단체의 공감대를 변화시켜서도 아니고,
긴장이나 슬픔, 머리아픈 일이나 마음 상하는 일의 원천을 없애버려서도 아니다.
루카 복음에서 가르쳐주듯 십자가 위에 계시는 그리스도께서
착한 강도를 용서해 주시고 죽음이 모든 것을 깨끗이 씻어 주었기 때문에
평화와 깨끗함과 자비심을 갖게 된 것이다.
 
 성인들의 통공을 통하여 아직도 화해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던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된 것이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따뜻한 생각으로 그들의 팔에 안겨 행복하게 편안하게
그리고 화해하고 죽는 것은 우리들에게 크나큰 위안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이들의 덕분으로 죽은 후에도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무책임했던,
그리고 죄의식으로 가득 차고 따뜻함과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을 수 있게 되었다
(롤하이저 신부님의 묵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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