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황새바위에서 세종시까지 걷다 - 수필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26 조회수1,191 추천수1 반대(0) 신고

 

                                                  황새바위에서 세종시까지 걷다

                                                                                                                                                               강헌모

  오늘은 공주에 들렀다가 세종시까지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공주에는 가본 적이 있지만, 그곳에서 걸어서 세종시까지 걸어 가기는 처음이다. 예전에 공주의 아름다운 강을 바라보며 걷기를 했을때 세종시까지 걷고 싶은 맘이 들었었다. 

  공주에 있는 황새바위 순교지에 들렀다. 가을의 순교성지는 참으로 아름답다. 알록달록 물든 가랑잎에 비추는 따스한 가을 햇살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서 성모님상에 초봉헌하고 기도했다. 절하고 소원을 아뢰는 시간은 너무 소중하다. 그런 후 잠시 성모님과 함께 있으면 내 마음은 너무 편해져 아무런 근심걱정 없는 사람이 된다. 또 많이 행복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은 왠일일까. 그곳은 조용하고 포근한 마음이 들고 청주에서 가까운 편이라 또 찾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올라와서 무명 순교자 비석앞에 경배드리고 내려왔다. 순교지의 풍경에 마음이 빼앗겨 사진을 찍고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오묘한 자연에 감사하며 흡족했다. 그곳에 새롭게 단장되어 쉬었다 가기에 편리한 공간인 카페가 생겼다.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답게 느껴졌다. 성지에 처음 들어서면 예수님께서 두 팔을 벌리고 어서 오라고 반기는 인상을 주며 축복해 주는 모습이다. 마침 그 곳에 어느 자매님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나는 기도책을 깜빡잊고 왔다. 성지에 잠시 들렀다 세종시로 걸어갈 생각으로 준비성을 소홀히 해서 송구스럽다. 주님께서 다음에 또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면 잘 준비하고 싶다.

  성지참배를 마치고 저렴하게 물건을 파는 마트에 들러 빵과 음료수를 챙겼다. 공주에서 세종시까지 걸어 갈 계획을 품고 왔으니 운동을 하면 배가 고프려니 생각하고 먹을 것을 챙긴 것이다. 금강줄기를 걸으면서 주님께서 주신 자연풍광에 감탄해서 멈춰서 사진을 찍고 걷고했다. 금강은 국가하천으로서 4대강중에 하나이다. 소리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넓은 강물을 바라보니 평화가 넘쳤다. 강줄기를 따라 걷는 기쁨이 좋음을 깨닫고 꼭 걷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다지 힘든 줄 모르고 걷고 또 걸었다. 사실 계획없이 걷는다면 힘이 들고 마지못해 하기가 쉬울테다.

  푸른 하늘에는 구름 한점 걸쳐져있지 않은 푸르른 바다의 색을 띤 전형적인 드높은 가을하늘이다. 끝없는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도 한없이 넓어져서 사랑으로 가득찬다.

  하늘에는 해와 달이 있을 뿐이다. 장열하는 태양을 바라보니 너무 이글거려 제대로 쳐다볼 수 없어서 눈을 가눌 수가 없었다. 달은 밤이 되어야만 주위에 있는 어둠을 밝혀줄 수가 있다. 하지만 대낮에 반달모양의 하얀달이 걸려 있으니 희한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런 모습은 걸으면서 우연히 발견했다. 평소에는 달이 낮에 달려있다는 생각조차 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또 생각하고 싶은 필요성을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걸으면서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석장리 박물관이라는 곳에 들렀다. 예전에 국사시간에 구석기문화에 대해 공부한 기억이 있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원시시대 사람들이 돌칼을 이용해서 동물을 잡기도 했다. 머리도 점점 더 커갔다. 공주 석장리와 청원 문의 두루봉 동굴과 제천 점말등에서 유물이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오래된 유물을 발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연구하며 지내왔을까. 또한 탐사를 하기위해 얼마나 고심하며 인내하고 지냈을까. 모든일이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거다.

  길을 걷다보니 도로옆에다 벼를 햇볕에 말리기 위해 쭉 펼쳐놓았다. 이런 광경을 참으로 오래간만에 보게 되었다. 아마 어린시절에나 보고 이제야 보는 광경이 아닐까 싶다. 일일이 사람손길과 정성이 모아져 쌀이 탄생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어서 농부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이런 시골의 아름다운 정경을 접하게 되니 마음 흐뭇하고 향수가 몸에 배는 듯해서 편했다.

  한참을 걸은후에 저 멀리로 높은 건물이 보이고 다리가 펼쳐져 있어서 세종시가 가까이 와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치 그 건물을 보니 서울특별시를 보는 느낌을 연상케했다. 하지만 건물은 보이지만 걸어서는 아직도 한참이다. 나중에 도착해서 보니 이제 막 새로운 발걸음을 하는 신도시이지만 어느새 아파트와 정부종합청사를 비롯한 크고 작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마치 몇 년을 지탱해온 도시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 땅을 한창 넓히고 공사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사람의 힘은 정말 대단하고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곳에 갔을 때는 날은 이미 어두웠다. 공주에서 아마 40여리를 걷지 않았나 싶다. 세종시 호수공원에 도착하니 야경과 오색의 분수가 멋지다. 넓은 호수가 자리하고 있어서 휴식공간으로는 그만인 셈이다. 밤이라 낮처럼 자세히 볼 수가 없었지만 한강처럼 넓은 곳이 아닌가 싶다. 또 걸어서 열린 음악회장에 도착했다. 가수들은 열창하며 관객들을 즐겁게했다. 세종시가 탄생하고 처음으로 야외에서 열린음악회를 했다. 그래서인지 수천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의 인파로 물결을 이루었다. 어린이에서 노인에게 이르기까지 남녀 모두가 즐기는 대성황을 이룬 음악회가 되었고 조명시설이 뛰어나게 발달된 모습을 보고 놀라웠다. 노래하는 가수 뒤로 예쁜 배경조명으로 수를 놓았다. 구성이 잘 되어서 생동감과 박진감있다. 휘황찬란한 많은 조명의 불빛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과 즐거움을 토해놓을 정도다. TV에서 열린음악회를 보는 것과는 다른감이 있다. 넓은 대지위에 거대하게 설치를 해두어서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았음을 직감했다. 사람들은 만물의 영장답다.

  오늘 주님께서 함께 해 주셔서 시간을 잘 사용한 알찬 하루가 된 것 같아서 기쁘다. 공주에서 걸어서 세종시까지 힘든 거리였지만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접하며 생각하고 걷는 기쁨 때문에 잘 마쳤던 것 같아 행복했다. 나는 햇빛아래 반짝이는 아름다운 산천초목이 없다면 정말 살 의욕이 없을지 모르겠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고마움을 생각하며. 즐거운 생활을 하리라 다짐해본다.

 

                                                                           2013. 10. 24.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