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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테러범도 사랑해야 합니까?
작성자이 준균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14 조회수1,971 추천수18 반대(0) 신고

안녕하십니까? 이준균 요셉이라고 합니다.

매일 이 묵상코너에 들어와 여러분들의 영적으로 훌륭한 글을 읽는 것이 제 생활의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 이인옥님의 글을 읽고 많이 공감하며 그동안 마음에만 가지고 있었던 제 생각을 말해 볼 용기를 가지게 되었읍니다. 같은 신자이더라도 정치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질수 있다고 보기에 제 글을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혹 글을 읽고 기분이 나쁘시면 그냥 못본척 마음에서 치워버리시면 되겠지요.

 

요즘 미국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착잡한 마음을 가지실 줄로 압니다. 저역시 많이 놀랐읍니다(사건직후 cnn웹 사이트를 보다가 해킹당한 줄로 착각했읍니다). 저는 현상적인 사건보다는 이것을 있게한 원인에 대해 많은 생각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와 반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반사적으로 때리기 전에 말입니다.

부시정권이후 일관된 미국의 강경일변도 정책과 힘의 논리, 국제사회 중재자로서의 중립성 상실,부국중심의 경제질서강요, 여기에 대한 반작용이 이 사건의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테러리즘은 상대의 도덕성을 실추시킬때 아주 좋은 표현입니다. 여기에는 ’인간이하의’ 혹은 ’짐승만도 못한’ 이런 의미가 들어있지요. 그리고 이것은 흔히 강자에 대한 약자의 대응을 격하시키고 강자의 힘을 정당화시키는 도구가 됩니다. 이스라엘의 행동이 테러가 아니라면 팔레스타인의 행동도 테러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테러리스트=팔레스타인사람’이라고들 생각합니다. 감히 폭탄을 몸에 감고 사람이 운집한 곳에서 터뜨려 버리니 ’저런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자살테러리스트가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만나 하직인사를 나누고 편지를 남겼다는 걸 신문에서 봤는데 사람들은 의외라는 표정들을 하더군요. ’그 인간들에게 그런 면이 있나?’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냉정히 생각해서 저는 그 사람들이 적어도 저보다 더 나쁘다고 결론을 내릴수가 없었읍니다. 또한 인간적으로 우리와 하나도 다를바가 없다고 느낍니다. 내가 그들의 입장에 처했을때 그들처럼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언젠가 PLO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당시까지 사망한 사람의 반수이상이 15세이하 어린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읍니다. 퇴교길의 가방을 맨채 두부, 흉부, 혹은 복부 관통상을 당한 그들을 보고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사실에 심한 부끄럼을 느꼈읍니다. 이방인이 이렇게 느낀다면 자신들의 아들딸이 죽어가는 걸 본 부모형제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남겨줄 땅도 나라도 없고 어딜가나 검문소에서 감시를 받고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고 돌과 소총으로 탱크를 상대해 보지만 강력한 전차포와 미사일이 날아오고 지금껏 가꾸어온 집과 오렌지 밭이 불도저에 쓸려버릴때,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을때 그들이 취하는 행동을 섣불리 우리가 재단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것은 일면 ’최악의 상황에서는 사람을 마구 죽여도 되나’하는 아주 무서운 생각에 이르게 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렇게까지 그들을 내몰게한 상황에 대한 대다수의 태연한 무감각인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한 이른바 테러리즘은 결코 그들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강력하고 미화되고 세련된 테러리즘에 대해 반작용이 없기를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어떤 집단이라도 이런 환경에서는 이렇게 반응할 것입니다. 적어도 집단적으로는 말입니다. 만약 사나운 들짐승이 들어와 식구를 해친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소련의 붕괴이후 미국은 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읍니다. 강력한 적이 없어지니 미국의 위협국가 혹은 불량국가(rogue nation)으로 북한,리비아, 이라크 등을 예로드는 빈약한 미사일 방어망 이론이 나오게 됩니다. 각종 문화매체, 언론,경제력등을 통해 미국식 힘의 논리에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무감각해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들의 테러리즘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타국의 의견을 묵살하고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이것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공존에 대한 테러가 아니고 무엇이겠읍니까?

UN대다수의 국가가 참여한 남아공 racism conference에 성명서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이유로 불참한다면 인류평등의 기치에 대한 거부가 아니고 무엇이겠읍니까?

브라질 열대우림에서 생산된 산소로 우리 모두가 숨을 나뉘어쉬고 있다면 미국의 쿄토기후협약 거부는 환경문제에 대한 테러가 아니고 무엇이겠읍니까?

이 역시 이번 뉴욕테러와 본질에 있어 다를바 없는 테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요약을 하겠읍니다.

2-3년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들의 손가락을 잘라 보험금을 타려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매스컴을 온통 들끓게 했지요.

처음 그 소식을 듣고 상당히 놀랐지만 겉모습만 알고 있는 것에 더욱 놀랐읍니다.

그는 실직자였고 이혼한 상태였고 결핵환자였지만 약도 먹지 못하고 있었읍니다. 국민학교 다니는 아들이 있었는데 며칠을 밥을 제대로 챙겨줄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결국 아들의 손가락을 잘라 돈을 타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자식손가락을 잘라먹는 천인공노할 놈’ 이런식의 보도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많은 슬픔을 느꼈읍니다.

사실 그 사람에게 욕을 하기전에 우리 사회의 이웃(약자)에 대한 무관심을 더 먼저 언급했어야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이 틀렸던 것입니다. 저 자신이 몸도 가누지 못하는데 자식이 굶주린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불현듯 손가락 생각이 떠 올랐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 서글퍼집니다. 그런 선택의 순간에 내몰린다는 사실자체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입니까? 이것이 과연 그 사람 혼자의 잘못이겠읍니까? 예수님의 대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우리들의 잘못인 것입니다.

테러리즘에 대해 분노하기전에 우리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테러리즘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순서이지 않겠읍니까?

내 형제의 아픔과 눈물을 아직까지 깨닫지 못한다면 그래서 그들이 외로움에 이성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기독교 정신에 대한 테러분자이지 않겠읍니까?

 

한 아랍 언론인이 썼던 글을 읽었던 적이 있읍니다. 기억을 더듬어 일부 옮기며 글을 맺겠읍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도대체 팔레스타인의 어머니는 어머니가 아닌가? 어떻게 아이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도록 그냥 둔단 말인가? 그들은 자식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모성애도 없는가?

이 질문에는 큰 함정이 있다. 사실 이 질문을 하기전에 왜 그 어린아이들이 돌을 던질수밖에 없는가 하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팔레스타인의 어머니들도 자녀를 사랑한다. 이 세상 그 어떤 어머니들보다 못하지 않게 말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들은 그들 자신의 자녀들을 자기들이 통제할 수 없음을 이해하고 있다. 희망이 없고 미래가 없고 직업도 중요하지 않으며 형제 부모들은 매일 조금씩 죽어간다. 가정에는 암울한 침묵이 드리우고 있다. 학교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가는 대신 가방을 메고 맨손으로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다. 총알이 날아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팔레스타인의 어머니는 어머니가 아닌가?

이 질문에는 동물들도 가지고 있는 모성애의 결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즉 ’인간도 아닌, 짐승만도 못한’ 이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와 꼭같은 질문은 지난 역사에서 여러번 되풀이 되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에 대한 백인들의 질문이 그랬고 아프리카인에 대한 유럽 식민주의자들이 그랬고 그렇게 멀지않은 과거에 나찌권력이 바로 유태인들에게 했던 질문도 이것이었다. 이제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유태인들은 꼭 같은 질문을 팔레스타인의 어머니들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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