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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9일 야곱의 우물- 루카 13, 22-30 묵상/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29 조회수568 추천수5 반대(0) 신고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하시는 동안, 여러 고을과 마을을 지나며 가르치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집주인이 일어나 문을 닫아버리면, 너희가 밖에 서서 ‘주님, 문을 열어주십시오.’ 하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여도, 그는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 하고 너희에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든 예언자가 하느님의 나라 안에 있는데 너희만 밖으로 쫓겨나 있는 것을 보게 되면,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그러나 동쪽과 서쪽, 북쪽과 남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루카 13,22-­30)
 
 
 
 
◆수녀원에 입회하기 전 내게 성소를 권하셨던 수녀님께서 어머니가 신앙생활을 하시도록 권해 보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나는 커다란 숙제를 받은 느낌이었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다. 어쩌다 언니와 내가 함께 성당에 다니자고 하면 항상 펄쩍 뛰시던 어머니셨다. 그러던 어머니께서 일흔의 나이에 세례를 받으셨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한 어머니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기도문을 써서 집안 여기저기 붙여놓고 열심히 외우셨는데, 어느 날 전화를 해서 “아니, 내가 어떻게 외운 건데 그놈의 사도신경이 바뀌었냐?”며 흥분을 하기도 하셨다.
 
그러던 어머니가 두 번의 고관절 수술과 폐암으로 임종을 맞게 되시어 병자성사를 받으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수도자로서 지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의 영혼을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겨우 ‘예수 마리아 요셉’ 호칭 기도를 바치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예수랑 마리아는 알겠는데 또 한 명은 누구냐? 이름을 못 외우겠다.”라고 하셔서 언니에게 크게 써서 침대 옆에 붙여드리라고 말씀드릴 뿐이었다.
 
그해 연례피정을 떠나기 전 나는 시간을 내어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살이 빠져 반쪽이 되신 어머니는 치매 증세를 보이는 날도 있으셨다는데 그날은 정신이 초롱초롱하셨다. 더운 물수건으로 어머니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드리니 매우 흡족해 하시며 “하느님이 왜 나를 안 불러 가시냐? 내가 죄가 많아 그런가 보다.”라고 하셨다. 나는 조심스럽게 “엄마, 죽는 게 무섭지 않으세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무섭긴 뭐가 무서워. 죽으면 아프지도 않을 텐데.” 하셨다. 어머니의 말씀에서 오히려 내가 위안을 받았다. 어머니에게 영원한 생명에 관한 교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연례피정이 시작되고 이틀 후에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었다. 일흔이 되어 신앙생활을 시작하신 어머니는 12년간의 신앙생활을 마치고 하느님 품으로 떠나셨다. 아마도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는 우리 어머니같이 소박한 신앙을 지닌 이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을 것 같다.
김인옥 수녀(사랑의 씨튼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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