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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별의 지혜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12 조회수472 추천수5 반대(0) 신고
미국의 영성 지도자이자 상담가로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곤경에 처한 이들의 영적 계발과 성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폴라 다시(Paula D’Arcy)는
사고로 남편과 어린 딸을 잃은 고통스런 경험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보듬고 노먼 빈센트 필(Norman Vincent Peale) 박사가 창설한 필 재단에서 상담 치료사로 일하며 깊은 슬픔과 상실의 문제에 직면한 이들을 도왔다. 최근 몇 년 간은 애니어그램 강연으로 유명한 리처드 로어(Richard Rohr) 신부와 함께 사람들의 영적 여정을 돕는 세미나를 주관했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별(死別)에 관한 강연과 상담도 하고 있다. 제3세계 및 낙후 지역 주민들과 교도소 수감자들을 위한 단체인 레드 버드 재단을 이끌고 있으며 사고 당시 뱃속에 있던 딸 베스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저서로 『Song for Sarah』, 『Gift of the Red Bird』, 『A New Set of Eyes』 등이 있다.
 
폴라 다시가 최근에 쓴 책 『Waking Up to This Day』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작가가 알고 있는 한 여자가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어떤 사람이 그 여자에게 아들이 성장하여 결혼하고 손자를 낳아 할머니를 기쁘게 해주지 못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냐고 물었다. 여인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애가 살아 있다 해도 그의 인생이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저는 아들의 영혼이 혼자서 여행을 떠났지만 죽기 전까지는 자기 나름의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저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동안이나마 아들의 영혼 여행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최근에 피정지도를 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떠 올리게 한다.
이 여자의 어머니는 너무나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가 먼저 자기 자신에게 주문하고 난 다음 자식들에게 거듭 주문한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하여 주님께 감사 드려야만 행복하게 되고 그래야 자신에게 충분히 채워주신다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어머니는 지금 갖고 있는 것에 대하여 감사하라고 말했다. 실제로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감사하면서 살았다. 어머니가 약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을 얻어 입원하자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혈액매개 감염에 걸리게 되었다. 어머니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가족들은 침대 곁에서 밤을 새웠다. 마침내 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내었다.
가족을 다 불러 놓고 너무 오래 동안 집을 비우고 고생했으니 이제 말기환자 병동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거기서 죽고 싶었던 것이다. 말기환자 병동으로 옮긴 후 간호사가 가족들에게 말했다. 이제 어머니에게 고통을 덜어주는 주사를 놓을 텐데 주사를 맞고 나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이 때 이야기를 해준 딸이 어머니의 병상 옆에 앉아 물에 빠진 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붙잡듯 어머니의 손을 꼭 쥐고 말했다. “어머니 제발 조금만 더 사십시오. 조금만 더 사십시오. 아직 돌아가시기에는 일러요. 잠깐 만이라도 저희와 함께 머물러 주십시오.” 그러자 어머니는 평소와 같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살만큼 살았기 때문에 아무 여한(餘恨)도 없다.” 
이 말이 딸과 가족들에게 마지막 남긴 말이었다.
 
누구나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감상적이 되기 쉽지만 지혜와 굳건한 믿음을 가진 이 철(鐵)의 여인은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안겨 준다.
여태까지 이야기한 두 어머니는 떠나 보내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알았고 그렇게 떠나 보내거나 떠나는 것이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주검을 미라로 만들지 않고 흙으로 되돌아가면 새로운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께로 돌아가게 된다는 부활의 진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죽으면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심오한 곳으로 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첫 번째 이야기를 듣고 아들의 영혼이 여행을 떠나고 아들 나름대로의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되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이 여인과 같이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서로를 더욱더 존경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감상적인 그릇된 감정을 갖게 되면 그 사람이 나를 위하여 살아 주지 않았다고 한탄하면서 눈물만 흘리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의 부모, 배우자, 친구, 형, 오빠, 동생, 스승, 멘토, 보호자일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영혼은 자신의 길을 갖고 있고 자신의 자유를 갖고 있고, 자신의 수호신을 갖고 있고 자신의 운명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 사람은 결코 나를 위하여 사는 것이 아니다. 우는 사람은 그 사람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우는 것이다.
 
나는 살만큼 살았기 때문에 아무 여한도 없어.” 이 말은 아주 의미심장한 말이다.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은 이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비밀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머튼은 그런 생각을 함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평화를 얻게 되었다고 실토했다. 그는 평화를 발견한 그 날에 대하여 다음과 말했다. “배고프든 잠이 오든, 춥든 따뜻하든 간에 오늘이 있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기분으로 일어나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오늘이 있기 때문에 이불을 덮거나 갤 수 있고, 커피를 끓이거나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이 있기 때문에 냉장고의 성에를 제거하고 독서를 하고 묵상하고 일하고 기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죽을 때까지 내 조상이 이 땅에서 살았던 식으로 살 것이다. 아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므로 특별히 이것이 내 인생이라고 주장할 필요도 없다. 살아가면서 점차 자신의 인생 프로그램을 잊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마지막 날이 되어 “나는 살만큼 살았기 때문에 아무 여한도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을 가져야만이 끝없는 불만의 암(癌)을 물리칠 수 있다. 
(롤하이저 신부님의 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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