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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려주십시오.” - 10.3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31 조회수604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10.31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필리1,1-11 루카14,1-6

  
                                                      
 
 
“살려주십시오.”
 


죽음이 임박하다 느낄 때
저절로 흘러나오는 다음의 기도일 것입니다.

“주님, 살려주십시오.”

생명 지닌 모든 것들의 본능적 욕구가 생존 욕구입니다.

대민 봉사 나온 젊은 군인들을 보면서
즉시 전쟁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전쟁으로 이 젊은 생명들이 죽어간다면
당자들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의 그 절망감과 아픔은 얼마나 크겠는지요.

몇 달 전의 댕기(수도원 개 이름)의 귀여운 출산에 이어
이번에는 거의 방치되다 시피 키우는 닭이 한 마리의 병아리를 깠습니다.
 
얼마나 앙증스럽고 귀여운 병아리인지....
어린 새끼들은 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가 봅니다.
 
아무리 봐도 귀엽고 소중한 생명체인
강아지들(이미 분양이 끝났음)과 병아리입니다.
 
새삼 하느님께 속한 생명의 신비임을 깨닫게 됩니다.

얼마 전의 강렬한 말 한마디도 잊지 못합니다.
 
저의 결심을 일거에 무너뜨린 한마디 말이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여러모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원고 청탁을 완곡히 사양하는 저에게
교회 잡지를 만드는 수녀님의
‘살려주십시오.’라는 절박한 청탁에 두말없이 승낙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서 생명과 직결된,
제일 많이 눈에 띠는 것들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식당과 교회와 병원입니다.
수도원도 눈에 보이는 두 중심이 있는데
하나는 영혼의 음식을 취하는 성당이고
또 하나는 육신의 음식을 취하는 식당입니다.
 
하여 생명을 지니고 살기위해
성당에 가서 말씀과 성체를 얻어먹고,
식당에 가서 밥을 얻어먹고,
병원에 가서 아픈 몸을 치료받는 우리들입니다.

생명의 하느님의 선물이자 신비입니다.
생명의 신비는 하느님의 신비이자 사랑의 신비입니다.

생명은 그 자체가 존재이유로
무조건 존중받고 사랑받고 보호 받아야 할 가치입니다.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측은히 여기는 사랑이 참 사랑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 그러합니다.
 
이런 사랑은 탐욕에 눈 먼 집착의 사랑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눈 밝은 사랑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사랑이 유일한 분별의 잣대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율법교사들,
바리사이들의 대조가 의미심장합니다.

마치 하느님과 악마의 대결 현장 같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발휘되는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이요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을 통해 드러나는 죽음의 세력 악마들입니다.
 
하느님의 도구로 살 수도 있고
본의 아니게 악마의 도구로 살 수 있는 사람들 같습니다.
 
수종병자에 대한 자신의 처신을 유심히 지켜보는 바리사이들에게 던지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주님은 잠자코 있는 이들 앞에서
수종병자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재차 질문을 던집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이미 질문 안에 답이 분명히 들어나기에,
주님의 재차 말씀에 이들은 역시 아무 대답도 못합니다.
 
안식일 법에 눈이 멀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이들과 달리,
하느님의 사랑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로 판단하여 실행에 옮기시는 주님이십니다.

새삼 눈 밝은 사랑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깨닫습니다.

저절로 사랑이 아니라
끊임없이 주님께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측은히 여기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입니다.
 
지식과 온갖 이해로 풍부해진 사랑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참 적절합니다.

“내가 기도하는 것은
  여러분의 사랑이 지식과 온갖 이해로 더욱더 풍부해져
  무엇이 옳은지 분별할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하여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날을 맞이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오는 의로움의 열매를 가득히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좋으신 주님은 당신 말씀과 성체의 사랑으로
우리 모두에게 충만한 생명을 주시고 자유롭게 하시어
사랑의 사도로 파견하십니다.

“주님, 주님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주님 빛으로 저희는 빛을 보나이다.”(시편36,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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