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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31일 야곱의 우물- 루카 14, 1-6 묵상/ 잠자코 있었던 사람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31 조회수610 추천수2 반대(0) 신고
잠자코 있었던 사람들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일이다. 그들이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는데, 마침 그분 앞에 수종을 앓는 사람이 있었다. 예수님께서 율법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루카 14,1-­6)
 
 
 
 
◆한 달 피정 중에 고해성사를 볼 수 있었다. 오랜 성찰 기간을 갖고 준비하다 보니 몇 년 전에 지나쳤던 한 가지 사건이 죄책감으로 떠올랐다. 나는 이번 기회에 성사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그 일에 대하여 늦었지만 기워 갚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나의 결심을 기특하게 여기며 성사를 보았다. 물론 알아낸 죄가 많았던 만큼 이 사건 말고도 여러 가지 고백을 했다.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던 신부님은 다른 내용은 다 젖혀놓고 기워 갚기로 했다는 나의 결심에 대해 갈라티아서를 인용하시며 수녀님이 추구하는 자유를 율법을 지킴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냐고 되물으셨다. 잠시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신부님이 그렇게 일일이 알아낸 소죄를 다 기워 갚으려면 평생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하시며 그 결심마저도 내려놓고 예수님의 자비에 의탁하라고 하셨다.
 
갑자기 예수님이 내가 메고 있던 짐을 멀리 던져버리시는 것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지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예수님이 내 빚을 거저 탕감해 주신 것이다. 율법주의의 잣대를 내게 적용시키고 남에게도 적용시키며 자유를 구속하던 나에게 내 빚을 탕감해 주심으로써 사랑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셨다. 예수님은 그런 분이셨다.
 
오늘 복음의 수종병자는 아마도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고발할 구실을 만들 양으로 그곳에 오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자신이 앓고 있는 병 때문에 죄인이라는 죄책감으로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바리사이들의 올가미와 속셈을 간파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마음은 병을 앓고 있는 이에게 머물렀다.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져 안식일인지 아닌지 따질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나서는 부모의 마음, 주인의 마음으로 수종 앓는 이를 자유롭게 해주셨다. 율법의 요구보다 사랑의 요구가 앞서시는 예수님 앞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
김인옥 수녀(사랑의 씨튼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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