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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이것이 생존이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30 조회수700 추천수3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이것이 생존이다.
                                         이순의
 
 
 
 
산업화?
산업이 무엇일까?
몸이 고단한 직업을 기피하는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문화적 결손에 대한 피해의식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산업화라는 명목으로 인하여
농촌 뿐만 아니라 어촌도 산촌도
젊은 인력의 공백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러나
일구어야 할 땅이나 바다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가꾸고 키워야 할 작물의 종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의 생활은
더 좋은 것을 걸치게 되었고
더 맛난 것을 먹게 되었으며
더 편한 곳에서 살게 되었다.
그렇다면
더 좋은 것, 더 맛난 것, 더 편한 것을 제공할 누눈가가 있어야 한다,
아니다.
그런 누군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 좋게 되고, 더 맛있게 되고, 더 편하게 된 세상이 있다.
 
 
 
아주 작은 무 밭에 약을 치고 있다.
내 눈을 의심하고, 비벼 보고, 크게 떠서
다시 보았다.
번개같이 왔다가 번개같이 사라졌다.
저 아저씨는 방독면을 쓰고 있다.
방독면을 쓰고 약을 치는가 싶더니
방독면을 벗지도 않고
그대로 운전을 하고 갔다.
아마도
가까이에서 약을 치려나 보다.
 
 
 
 
많은,
대부분의 농군들이 그러하듯이
노부부 아니면
할아버지 혼자거나 할머니 혼자다.
간혹은 젊은 부부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젊어보아야 중년을 넘긴 사람들일게다.
그래서 새로 등장한 생존의 방법들이 양산되게 된 것이다.
밭 좀 갈아 주세요. 밭 갈아 드립니다. 얼마?
퇴비 뿌려 주세요. 퇴비 뿌려 드립니다. 얼마?
비닐 쒸어 주세요. 비닐 쒸어 드립니다. 얼마?
비료 뿌려 주세요. 비료 뿌려 드립니다. 얼마?
벌래 잡아 주세요. 약 쳐 드립니다. 얼마?
.
.
.
마른 대나무 같은 80살 엄니 보다 났고
멀리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보다 나은
조건들이다.
 
저 차 위에 실린
빈 약병들이 말해 주듯이
무더운 여름에
방독면을 쓰고
약을 치러 다니는 저 아버지의 뒷모습은
고생이 아니다.
생존이다.
새벽부터 밤중까지
봄부터 가을까지
날이면 날마다
쏟아지는 주문에 밀려
어깨 쉴 짬도
다리 펼 틈도 없다.
 
아들녀석의 등록금도 줘야 하고
딸래미의 수업료도 줘야 하고
일거리 없는 겨울동안 안식구랑 먹고도 살아야 하고
더구나
일손은 없고,
할 일은 산더미 같은,
농부들의 큰 일거리들을 덜어 주는 보은이고 보니
그만
방독면까지 뒤집어 쓰고 나섰다.
삯이 쏠쏠할 것 같아서인지
약줄 땡겨주는 사람까지 남정네가 아니고
아낙들이다.
 
하기야 올 같은 해에 농사지은 농군들은
등록금도 수업료도 걱정이란다.
긴긴 겨울을 살아야 하는 추위도 걱정이란다.
그러니 차라리 방독면을 쓰고 나선.
약줄과 함께 차의 짐칸에 앉은.
.
.
.
그 선택이 훨씬 나았는지도 모른다.
 
그것 또한 어데 늙고 쇠약한 기력으로 되기나 할 일이던가?!
어느 정도는 나이와 힘이 버티고 있어야 하질 않는가?! 
그러고 보니
산업이 농업을 분업화 해 놓고 있다.
농업 또한 산업인 것이다.
 
누군가의 생존 위에서 내가 존재한다.
또한
나의 생존 위에서 누군가가 존재한다.
 
 
 
 
 
 
그 공로로 우리는 살고 있다.
 
 
 
 

 
향수 - 이동원 박인수
음악이야기방에서 김미자님 것 얻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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