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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복음 맛들이기 - 연중 제 28 주간 토요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17 조회수602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제 28 주간 토요일 - 주님의 제자는 가난해야~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특별히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선생님은 잘 만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 로마에서 유학하면서 정말 존경하는 신부님을 한 분 만났는데 제가 논문을 지도받고 있는 그 분입니다. 이 분은 피렌체 교구 사제로서 로마 우르바노 대학에서 교의신학 강의를 하시는 60대 초반의 보통 신부님입니다.

그러나 이 분은 같은 사제인 저를 매우 부끄럽게 만듭니다. 저는 그렇게 잘 못하는데 이 분은 너무 예수님의 가르침과 근접하게 사시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수업시간이 끝나고 저의 책상에 앉아서 신부님께 질문 하나를 했습니다. 신부님은 제 책상 옆으로 오시더니 눈높이를 맞추시기 위해 무릎을 꿇으셨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신부님을 일으키고 저도 일어났습니다. 한국에서 어디 연세 많으신 신부님이 젊은 신부와 이야기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경우가 있습니까? 그 분은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실 줄 아시는 분입니다.

 

사제는 무릇, 예수님께서 사제직을 세우시던 날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어주신 것처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교황님도 그래서 ‘종들의 종’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즉, 사제들이 종들인데 그 사제들의 종이 바로 교황님이란 뜻입니다.

 

교황님은 또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라 불립니다.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오신 것처럼 교황님은 먼저 가난한 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의무를 지니신 것입니다.

이렇게 그 신부님도 자신의 사제관에 가난한 사람들을 맞아들이고 어떤 때는 아예 그들과 함께 살기도 합니다. 제가 살던 한국 사제관은 경비 시스템이 철저하게 되어 있어서 보통 사람도 허락 없이는 들어올 수 없었지만 이분의 사제관은 항상 열려있고 누구든 자고 싶으면 자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수업을 하실 때는 좀 심하다 싶은 광경을 보았습니다. 신부님의 바지 옆이 뜯어져서 허벅지 살이 다 보이는 것입니다. 팬티가 트렁크가 아닌 삼각팬티를 입으신 것도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저건 좀 꿰매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씀 중에 그 바지는 남들이 버린 것을 주워 입은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 분은 돈을 모조리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시고 자신을 위해서는 연명할 정도의 돈만 사용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학생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한 반 학생들에게 책을 사서 모조리 돌리기도 하시는 분입니다.

 

저에게 얼마 전에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한 수사님이 바지 남는 것 있으면 하나 달라고 해서 제가 잘 입지 않는 바지 몇 개를 드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바지를 꽤 많이 가지고 있었고 또 누가 달라고 할 때 잘 입지 않는 것만 골라서 주었던 저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예수님도 가난하게 사셨고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도 당신의 모습을 따르기를 원하십니다. 목자란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하는 이들이기에 양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아 가난해 질 수 밖에 없는 이들이 되어야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말씀이 특히 더 다가오나 봅니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 로마에서 공부하시는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묵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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