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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21 조회수472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 마태 19,16-22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많은 재물을 가진 한 젊은이가 예수님을 찾아와 묻습니다.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그가 생각하는 ‘영원한 생명’이란 자신이 지금 누리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오래오래 안정적으로 누리는 것이었던듯 합니다. 자신이 하느님께 어떤 대가를 지불하면 그분으로부터 그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을 수 있겠는지를 고민했을 것이고, 그 결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선한 일’을 많이 하면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겠지요. 그래서 예수님께 구체적으로 어떤 선한 일을, 얼마나 많이 하면 되겠느냐고 물은 겁니다.

 

그는 신앙에 꽤 열심인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요. 그가 중점을 둔 부분은 ‘율법’을 어기지 않고 철저히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하지마라’는 금지명령은 물론이고 ‘~하여라’라는 긍정명령까지 놓치지 않고 살뜰히 챙겼습니다. 그런데 율법을 그렇게 열심히 지키는데도 마음 한 구석이 항상 허전했습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게 맞나?’, ‘혹시 이러다 구원받지 못하는게 아닐까?’하는 걱정과 두려움에 늘 마음이 찜찜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뭐가 부족한지를 알기 위해, 어떤 것들을 더 채워야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는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묻기 위해 예수님을 찾았던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이 너무나 뜻밖이었습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자신이 무엇을 더 채워야 완전해질 수 있느냐고 묻는 그 젊은이에게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라’고, ‘자신을 완전히 비우라’고 하시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님도 보고 뽕도 딸” 요량으로 예수님을 찾아갔는데, 오히려 가진 것 마저 다 잃어버리게 생겼으니 ‘나한테 왜 이러시나’하는 원망이, ‘차라리 오지 말걸’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에게는 돈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그 돈이 주는 유익함을 오래오래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영원한 생명이 필요했던 것이지, 영원한 생명 그 자체를 얻기 위해 귀중한 돈을 포기할 생각은 손톱 만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라는 말씀은 그에게 자기 삶을 송두리째 포기하라는 너무나 무리한 요구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아깝지만 자신에게 더 중요한 재물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는 알아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영원한 생명은 세속적인 조건을 갖추거나 인간적인 공로를 쌓아서 얻어낼 수 있는 가치가 아님을, 그것은 오직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셔야만 누릴 수 있는 은총임을, 그렇기에 다른 그 무엇보다 그분의 뜻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따라야 함을 알아야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젊은이에게 재물을 내려놓으라고 하신 것은 재물 그 자체가 악한 것이라서가 아닙니다. 그가 다른 부질 없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오직 하느님만 바라보고 그분을 간절히 찾으며 그분께만 매달리도록 하기 위해, 그 자신으로 하여금 뼈를 깎는 의지와 결단으로 하느님을 선택할 계기를 만드신 겁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습니다. 매 순간마다 하느님을 더 믿을지 아니면 내 손 안의 재물을 더 믿을지를 선택해야 하지요. 내 손 안의 재물을 선택하면 당장은 그동안 누려오던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세상의 부질 없는 것들에 자꾸만 기대고 의지하려는 내 약한 마음을 하느님께로 되돌려야 합니다. 그래야 그분과 함께 누릴 영원한 생명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잃지 않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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