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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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숨겨진 것, 감춰진 것은 없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17 조회수629 추천수10 반대(0) 신고

 

 

 

 

복음: 루카 12,1-7


 

이번주 평화신문에 내 책이 꽤 크게 소개되었다.

반가워서 기사를 읽어보다 또 얼굴이 화끈해졌다.

 

"몰래 피우던 담배를 끊게 된 사연"

벌써 이 말을 몇번씩 보고 들었는데도 그때마다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쥐구멍이 있으면 숨어 들어가고 싶고, 누가 보지 않도록 다 수거해버렸으면 좋겠다.

 

바오로딸 인터넷 서점에 소개된 글에서 처음 보았을 때도 그랬고

생원고를 보신 분 중에는, 그 내용이 그렇게도 충격적이었는지,  

여러사람 앞에서 느닷없이 그 이야기를 꺼내서 여간 민망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신문에서까지 크게 기사화 되니 

알만한 사람들의 얼굴 표정과 그들이 무슨 말들을 나눌지 상상할 때마다

치부를 들킨것 같은 느낌에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정말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는 말씀이

오늘따라 새삼 크게 마음을 때린다.

 

 

 

물론 어차피 책에 나온 내용이고, 내가 스스로 밝힌 이야기이기 때문에 할 수는 없지만

책을 입수해서 보는 사람은 다른 내용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상황이라 조금 낫다.

하지만 책을 안보는 사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알게 될 상황이기에 더욱 난처한 것이다.

 

어디 그것 뿐인가?

책의 내용을 들춰보면, "벗으셔야 한다."는 출판사 측의 권유에 못이겨

이것 저것 감추고 싶고, 부끄러워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도 여럿 쏟아내야 했다.

 

그러나 어떻든 최종적으론 내가 스스로 써낸 것이다.

그렇게 나온 책이 신문에 홍보도 나가기 전, 한달 만에

벌써 초판 1쇄 삼천부가 다 팔리고 2쇄 오천부가 새로 찍혀 나왔다 한다.

 

이왕 책으로 나왔으니 많은 사람이 읽기를 바랬고,

정말로 그렇게 되었으니 춤이라도 추어야 할 일인데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 알량한 체면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 시원하기도 하다.

옛날 병에 걸리고도 끊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여건도 너무 안 좋아서

이래저래 자포자기 하던 심정으로 더 자주 피우던 담배를

가족은 몰랐지만 친한 친구 몇 앞에서까지 피우게 되었다.

그야말로 골방에서 스스로 밖으로 가지고 나와 피웠던 것이다.

그리고 아는 신부님께 상담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 사실 아무도 모르게 철저히 숨겨진 것은 아니었다.

또 그것만이 내 치부도 아니고, 그것만이 내 숨겨진 부끄러움도 아니다.

 

담배를 몰래 피운 것,

그것은 차라리 나 하나만의 육적 정신적 건강 문제일 수 있기에 가볍다.

그래서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밝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에겐가 피해를 준 내 비행과 악행은 이루 다 생각나지도 않는 데다가

그 파급효과 또한 측정할 수도 없어 밝힐래야 밝힐 수도 없다.

 

오히려 담배 하나 몰래 피웠던 것만이 내 비행의 전부라 하면 정말 다행이겠다.

그렇다면 보속하는 마음으로 만천하에 더 드러내고 마음 편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니 어쩌랴?

마치 그것만이 내 비행의 전부인양 공개하며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더 큰 위선이다.

 

그 일은 실상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이제 와서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그 일을 거울 삼아, 지금의 삶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도구가 된다.

세상엔 비밀이 없고, 더구나 숨겨진 일도 보시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피부로 깨닫게 한다.

 

 

"너희가 어두운 데에서 한 말을 사람들이 모두 밝은 데에서 들을 것이다.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두렵다.

두렵다.

 

세상이 무섭고 하느님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나의 모든 행동과 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만큼 자기 삶에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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