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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04 조회수947 추천수8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8년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I give you praise, Father, Lord of heaven and earth,
for although you have hidden these things
from the wise and the learned
you have revealed them to the childlike.
(Lk.10.21)
 
 
제1독서 욥기 42,1-3.5-6.12-17
복음 루카 10,17-24
 
 
어제는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무척 바쁜 날이었습니다. 새벽 미사 후부터 모임이 쭉 있었거든요. 특히 오후에는 어린이 꽃봉오리 창작성가제와 인천교구 꾸르실료 도입 4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거든요. 저는 오후의 일정을 보면서 자전거로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는 행사다보니 차가 많아 주차할 공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또한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저의 예상대로 행사장에는 차가 많더군요. 자전거 타고 오길 잘 했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글쎄 꾸르실료 도입 40주년 기념 미사를 하고서 밖으로 나가보니 있어야 할 자리에 자전거가 없는 것입니다. 다른 곳에 자전거를 세워 두었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그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제 근처에 있었던 많은 자전거들이 다 없어지고 딱 한 대만 매어져 있더군요. 요즘에 자전거 절도범이 많다고 하던데, 제가 그 피해자가 된 것이었습니다.

화가 마구 납니다. 자전거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1년 넘게 타고 다니면서 저와 함께 했던 정든 자전거를 누군가 훔쳐갔다는 생각에 화가 깊숙한 곳에서 부글부글 일어나더군요.

좋은 행사 마치고 기분 좋은 마음이 갑자기 안 좋은 마음으로 바뀌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겠지.’라는 생각을 하려 했지만, 저 역시 인간인지라 ‘남의 자전거 가져가서 얼마나 잘 되는지 보자.’라는 생각도 갖게 되네요.

사실 그 근처의 본당에 계시는 신부님께서 밖에다 자전거 세워 두는 것은 위험하니까 안에다가 세워 두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저는 묶어 두어서 안 가져 갈 것이라면서 신부님의 충고를 무시했습니다. 후회가 안 될 수가 없지요. 저의 안일한 마음이 정든 자전거를 잃어버리게 했습니다. 따라서 저 역시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내 잘못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자전거 가져간 사람에 대해 부정적이고 나쁜 생각들을 계속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 마음은 점점 사랑을 강조하신 주님과 멀어지고 있었지요.

문득 이렇게 자전거 하나 잃어버린 것도 기분이 안 좋은데, 구원으로 이끌어야 할 인간을 잃어버리시는 주님께서는 얼마나 안 좋으실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죄로 인해서 그리고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주님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인간에 대해 어쩌면 제가 자전거 잃어버린 것보다 더 큰 아픔을 겪으실 것입니다. 반대로 당신의 말씀을 듣고 당신의 뜻대로 행동하는 인간을 보면서 큰 기쁨을 얻으시지요. 그래서 일흔 두 명의 제자가 성공적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돌아오자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어차피 지나간 일들로 인해서 주님과도 멀어져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 일로 인해 주님과 더욱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때 나 역시 예수님께서 바치신 감사의 기도를 자신 있게 바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이러한 깨달음을 위해 자전거를 잃어버리게 하신 것 감사합니다. 그러나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물건에 대한 욕심을 갖지 맙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시라가타 도시로, ‘부드러운 카리스마’ 중에서)

임종을 앞둔 스승이 제자를 불러, 자신의 입안을 보여 주며 물었다.

“내 입 안에 무엇이 보이느냐?” “혀가 보입니다.”

“이는 보이느냐?” “스승님의 치아는 다 빠지고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빠져 버리고, 혀는 부드럽기 때문 아닙니까?”

“그렇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 그것이 세상 사는 지혜의 전부이니라. 이제 더 이상 네게 줄 가르침이 없구나.”

노자가 쓴 《도덕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과거의 수직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마음을 열고 신뢰와 존경을 쌓는 수평관계를 추구하는 지금, 최후에 웃는 자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 부드러운 사람이다.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나는 도산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려 내거나, 볼품없는 작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을 바쳤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은 ‘부드러움’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결코 큰소리치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었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신체를 통해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했다. 물론 주변에는 이를 믿고 따르는 충성 깊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나는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할 줄 아는 지혜’라고 정의 내렸다.

만일 당신이 참나무와 갈대 중 하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참나무는 바람이 불어도, 커다란 독수리가 가지에 내려앉아도 끄떡없다. 반면 갈대는 잔잔한 바람에도 고개를 숙여야 하고, 작은 굴뚝새 한 마리가 앉아 쉬는 것도 버겁다. 하지만 나는 주저 없이 갈대를 선택할 것이다. 강한 태풍이 불어왔을 때 참나무는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지지만, 갈대는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진 않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 역시 가끔은 온몸이 휘청거리고 뿌리가 흔들릴 만큼 강한 태풍이 불어온다. 거대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은 갈대처럼 자신의 의지를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명심하라. 가장 단단한 성공은 가장 부드러운 힘이 결정한다.
 

 
Nevertheless, do not rejoice because the spirits are subject to you,
but rejoice because your names are written in heaven.”
(Lk.10.20)
 
Now and forever - Richard Ma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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