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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7일 야곱의 우물- 루카 7, 31-35 묵상/ 지혜의 자녀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17 조회수958 추천수2 반대(0) 신고
지혜의 자녀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니 이 세대 사람들을 무엇에 비기랴? 그들은 무엇과 같은가?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사실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을 먹지도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냈다.”
(루카 7,31-­35)
 
 
 
 
◆교회 안에 빛나는 성인들의 생애는 하느님의 지혜를 잘 드러낸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아도 숨은 지혜의 자녀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편안함을 안겨주는 사랑, 그것이다.
 
내가 만난 한 자매님은 어려서는 신앙 깊은 부모님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그런데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의 외도가 시작되었다. 심지어 사귀는 여자를 버젓이 집으로 데리고 올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 자매님은 그 여자에게 “요즘 같은 세상에 남편을 공짜로 먹여주고 보살펴 주니 고맙다.”고 절을 하며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려 대접할 정도로 정말 모자라는 사람처럼 착했다. 자매님은 힘들게 두 자녀를 키우며 살았는데, 갑자기 남편의 빚까지 떠안게 되어 그나마 조금 버는 것으로 생활을 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더군다나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이 모든 것이 자매님 탓이라며 학대와 구타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자식이라도 가르치고 살기 위해 합의 없는 이혼을 해야 했고, 그 후 안 해본 것 없이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았다. 끼니가 없어 며칠씩 굶기도 하고, 주일엔 봉헌금이 없어 미사에 참례하지 못해 냉담 아닌 냉담도 했다. 마치 사막에서 꽃을 피우듯 처절한 삶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자매님은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다. 하느님은 그렇게 고통 속에 정화된 영혼에게 지혜를 선물로 주셨다.
 
자매님은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앉아 실컷 먹고 마신다. 부유하지 않지만 있는 것을 다 내놓고 어머니처럼 먹여주고 들어주는가 하면, 허물없는 친구처럼 같이 웃고 떠들기도 한다. 시간 계산 없이 상대방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마냥 내주는 가운데 사람들은 부끄러운 속내까지 털어놓는다. 사람들은 그 자매님을 통해 자신이 소중한 존재로 이해받는 가운데 하느님 사랑을 느끼면서 놀랍게도 순한 양처럼 변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먹보요 술꾼이며 죄인과 세리들의 친구’라는 악평을 듣는다. 예수님이야말로 더없이 거룩한 분이지만 어떤 사람도 가리지 않고 그 눈높이에 맞추어 먹고 마시고 웃고 울며 사람들과 함께 사셨다. 참지혜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셨다. 진정한 사랑이란 함께 웃고, 함께 울어주는 따뜻한 마음이며 내게 다가오는 모든 것을 굴절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진다.
 
또한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당신을 따라 살아갈 때 그분의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이신 하느님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방순자 수녀(성가소비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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