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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24일 야곱의 우물- 루카 9, 1-6 묵상/ 자유로운 마음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24 조회수582 추천수1 반대(0) 신고
자유로운 마음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주라고 보내시며, 그들에게 이르셨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곳을 떠날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라. 사람들이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고을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에서 먼지를 털어버려라.” 제자들은 떠나가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주었다.
(루카 9,1-­6)
 
 
 
 
◆배낭 여행가인 한비야는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서 “도보여행의 3대 필수 장비는 신발·비옷·배낭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필수 장비라고 일컬어지는 것조차도 지니지 말고 길을 떠나라고 말씀하신다(루카 9,3; 10,4 참조). 루카복음서 22장을 보면 예수님은 잡히시기 전에 정반대의 말씀을 하신다. “그러나 이제는 돈주머니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챙기고 여행 보따리도 그렇게 하여라.”(22,36) 같은 복음서 안에서 이렇게 대치되는 말씀을 하시다니? 도대체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라는 말씀이신가, 가져가지 말라는 말씀이신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나?
 
 
예수님께서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말라.”는, 어떻게 보면 극단적으로 들릴 만한 말씀을 하신 건 물건 그 자체를 금한다기보다는 그것이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경계하라는 뜻인 것 같다. 어떤 것에 집착하거나 매이게 만드는 욕구나 욕망을 버리라는 말씀이겠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 일이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시자 어머니가 보석 감정을 배워 보석상을 하신 적이 있다. 한번은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에 놀러갔는데 결혼을 앞둔 어떤 아가씨와 친정어머니가 보석을 고르고 있었다. 아가씨는 이것도 껴보고 저것도 껴보면서, 마음에 드는 건 많은데 그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현실에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어머니가 나를 가리키며 ‘우리 딸’이라고 하자 그 아가씨는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나를 무척 부러워했다.
 
보석을 낄 수 있어 좋겠다는 말은 그 사람 안에 보석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증거다. 마찬가지로 길을 떠날 때 지팡이나 빵이나 돈이 있어야겠다는 건 그것에 대한 욕망이 먼저 마음 안에 있다는 증거다. 바꿔 말하면 길을 가면서 그것에 의존한다는 말이 되겠다. 예수님은 그러한 욕망, 의존성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곧 하느님만으로 만족하고 길을 떠나는 자유로운 마음을 요구하시는 것일 게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제자들이 선교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내가 너희를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없이 보냈을 때, 너희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느냐?” 하고 말씀하신 것이고, 제자들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고 대답한 것이 아닐까?(22,35 참조) 사람마다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곧 욕망하는 대상은 다르다. 나는 끊임없이 ‘주님, 이것이 있어야 되겠습니다. 저것이 있으면 안 됩니다.’라고 불평하며 마음 무겁게 살아간다.
 
하느님만으로 만족하고 자유로워지는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거기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나를 매일 확인할 뿐이다.
장수정(시청각통신성서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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