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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24일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24 조회수1,041 추천수10 반대(0) 신고

9월 24일 연중 제25주간 수요일-루카 9,1-6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제자들을 보내셨다."


<삶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하여>


    수도생활을 하다보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사이동입니다. 때로 티격태격하며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아이들 좀 더 잘 키워보자고 머리 맞대고 고심하던 형제들과의 이별은 참으로 아쉽습니다.


   무엇보다도 진하게 정을 주고받았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뒤고 하고 떠나야하는데서 오는 안타까움은 정말 큰 것입니다. 또한 함께 동고동락했던 직원들, 후원자들과의 이별도 아쉽기만 합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정들었던 삶의 터전을 바꿔야만 한다는 데서 오는 부담감 역시 큰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떠남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습니다. 떠남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삶을 다시 한 번 정돈할 수 있습니다. 결국 떠남의 순간은 영원한 떠남인 결정적인 죽음을 예비하는 행위이기에 삶의 여러 순간 가운데 가장 소중한 순간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떠남은 슬픔과 아쉬움의 순간이기보다는 참으로 필요한 은총의 순간입니다. 보다 자주, 보다 미련 없이 떠나는 사람에게 있어 삶은 언제나 경이로움이며 새로움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떠남은 하나의 축복입니다. 만일 우리가 언제까지나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언제까지나 우리가 지녔었던 기득권을 포기하려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언제나 제자리일 것입니다.


   떠남의 순간이 있기에 우리는 보다 겸손해질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떠남을 준비해야 합니다. 매일의 작은 희생과 양보, 기쁘게 물러남, 십자가의 수용 등을 통해서 말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징 하게도 질긴" 집착에서 매일 떠나는 우리의 나날이면 좋겠습니다. 안주와 편리에 길들여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금 과감히 길 떠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세계,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지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니고 있던 낡은 세계관과 가치관을 벗어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워하고 미련을 가지는 한 결코 새로운 길을 갈 수 없음을 알기에 미련 없이 가진 바를 나누고 떠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숱한 인연들도 그간 쌓아온 업적들도 모두 내려놓고 홀연히 떠나는 수도자의 뒷모습, 그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다시 또 없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52번 오 지극한 신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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