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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건강한 영성" - 9.15,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15 조회수675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8.9.15 월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히브5,7-9 요한19,25-27

                                                            
 
 
 
"건강한 영성"
 


어제 아드님의 십자가 현양 축일에 이어 어머님의 통고 축일입니다.
고통 중인 모든 어머니들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역시 새벽독서기도 찬미가중 한 연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아드님 십자위에 높이 매달려
  흘리신 피에 젖은 땅위에서서
  기력이 쇠하시어 운명하심을
  성모님 그 자리서 지켜보시네.”

그대로 오늘 복음과 일치합니다.
 
환상이 말끔히 걷힌 적나라한 고통의 현실입니다.

이런 고통의 현실을 직면하여 받아들이는 게 믿음입니다.
이렇게 현실을 직면하여 받아들일 때
현실을 초월할 수 있고 또 스트레스도 받지 않습니다.

삶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언젠가 들은
‘연애는 황홀한 착각이요 결혼은 참혹한 이해’라는
좀 과장된 말이 연관되어 떠오릅니다.
 
불가의 ‘삶은 고해’라는 말에 공감할 때도 자주 있습니다.

‘현실’이라는 말,
제가 ‘신비’라는 말과 더불어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내 자신이나 공동체에, 또는 세상 현실에 실망할 때,
즉시 ‘이게 현실이지.’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마음은 안정됩니다.
 
또 이런 일 저런 일,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등,
알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할 때
‘모든 것이 신비이지.’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역시 편안해집니다.
 
사실 세상에 ‘알 수 없는’ 신비 아닌 것이 어디 있습니까?

삶은 ‘현실’이자 ‘신비’라는 결론입니다.

어제 추석감사미사 시
제단 앞에 한 상 진열되어 있던
다양한 가을 열매들의 모습이 신선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다양성의 일치’라 소개했지만
정말 공동체의 모습을 잘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다 각기 고유의 색깔, 모습, 크기의 열매들입니다.
고추, 밤, 포도, 사과, 배, 호박....
결코 우열이나 호오를 비교할 수 없는
그 고유의 모습들로 아름답고 조화로운 제사상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온통 한 열매들로 이루어진 제사상이라면
얼마나 무미하고 단조롭겠습니까?
 
다양한 사람들의
조화롭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상징하는 추석 제사상이었습니다.

다 다른 가을 열매들이지만 공통점은 하나 있습니다.
한 하늘 아래에서, 한 태양 빛을 받으며 익어갔다는 것입니다.
봄, 여름, 가을을 겪어내면서
비, 바람, 가뭄, 홍수, 뙤약볕 등...
온실 속이 아닌 온갖 고난의 현실 속에서
익어갔던 가을 열매들이었습니다.
 
우리의 영성생활도 똑같습니다.
 
현실도피의 환상 속의 나약한 영성이 아니라,
환상이 말끔히 걷힌 고통의 현실을
믿음으로 직면하며 받아들여 살아가는 게 건강한 영성입니다.
 
이런 고난의 현실을 믿음으로 받아들여
‘참 내’가 되어가는 내적성숙의 여정,
바로 이게 아래로부터의 영성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예수님의 적나라한 현실의 모습이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이 세상에 계실 때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으로
당신을 구하실 수 있는 분에게 큰 소리로 부르짖었던,
우리와 똑같은 나약한 인간이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셨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신 예수님이셨습니다.
 
하여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우리 역시 온갖 고난을 통해 순종을 배우며
구원의 근원이신 주님과 일치합니다.
 
고난을 겪어가며 순종을 배워가는 학원이 우리인생입니다.
 
고난의 현실 한 복판에 십자가의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 곁에는 성모님과 사랑하시던 제자가 고난을 함께 나누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사랑하시던 제자, 바로 우리 믿는 모든 이들을 상징합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오늘도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서
하느님께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에게
주님은 풍성한 믿음을 선사하셔서
현실을 용감히 직면하며 살아가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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