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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4일 야곱의 우물- 루카 5, 1-11 묵상/ 사람 낚는 어부의 그물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04 조회수545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람 낚는 어부의 그물

예수님께서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고,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다. 그분께서는 호숫가에 대어 놓은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거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두 배 가운데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시몬 베드로가 그것을 보고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시몬의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그러하였다.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루카 5,1-­11)
 
 
 
 
◆불현듯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는 내가 ‘놓친’ 사람들이다. 서로의 부덕으로 소원하게 된 관계가 다시금 회복되기를 바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혹시 지나치게 사람들에게 매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기도 한다. 신앙인으로서 정말 염려해야 할 일은 ‘내가’ 사람들과 맺는 관계보다 그 사람들이 ‘하느님께’ 속해 있는가 하는 것이어야 할 텐데.
 
그렇다면 사람을 낚도록 부름 받은 우리의 처지는 ‘그물’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을 낚는다.’란 표현은 오늘날에는 그 어감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한 인격이 마치 대상처럼 취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을 낚는 이와 낚이는 이의 관계가 자칫하면 종속관계로 오해될 수 있다. 그래서 복음서의 이 표현을 계속 사용한다면, 사람 낚는 ‘어부’는 곧 하느님이요, 우리는 그분이 던지는 ‘그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그물은 어부의 의향에 따라 움직인다. 마치 화살이 궁수의 조준에 따라서 과녁을 향해 날아가듯이. 그물에 물고기가 걸려드는 것은 어부에게 맡겨진 사안이다. 그러므로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의 임자는 어부지 그물이 아니다. 그물은 다시 ‘빈 그물’로 돌아가서 새롭게 물고기를 낚아 올릴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물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은 있지 않겠는가? 그물코가 촘촘하게 잘 짜여 있지 못하면 잡힌 물고기가 빠져 달아나는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물이 탄탄하게 잘 짜여 있는지 점검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물을 뜨는 것은 물론 어부이신 하느님의 몫이지만, 그 조련에 순응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요 책임을 수밖에 없다.
 
어부의 자리를 찬탈하고 싶은 유혹에 직면할 때마다 그물은 자신이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아울러 자신의 태만과 부주의로 인한 손실에 대해 그물은 어부에게 탓을 돌려서도 안 된다.
이종진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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