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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도 여의도에는 바람이 분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05 조회수463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여의도 ‘거리미사’에서 자작시를 낭송하다





어제(4일) 오후에도 서울을 갔습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 역 3번 출구 앞)에서 7시 30분에 거행되는 천주교 ‘시국기도회(거리미사)’에 참례하고 왔습니다.


▲ 천주교 시국기도회 / 매주 월요일 저녁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거행되는 천주교 시국기도회, 4일 저녁의 제18차 '거리미사'에 참례하려고 모여드는 신자들.  
ⓒ 지요하 - 여의도 거리미사


지난해 11월 29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에는 서울 가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월의 설 명절 전에 한 번 빠졌을 뿐입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의 서울 여의도 ‘거리미사’ 참례는 60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요즘의 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결코 멈출 수 없습니다. 철저히 파괴되고 망가진 4대강의 참상, 4대강처럼 파괴된 남북관계, 4대강처럼 훼손된 민주주의를 생각하면 너무도 원통하고 억울하여 숨을 쉬는 일조차 죄스럽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력하기 짝이 없는 나로서는 여의도 ‘거리미사’가 유일한 ‘등 비빌 언덕’입니다. 그 위안처 언덕을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과 신부님들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여의도 거리미사에 참례할 적마다 태안군민은 나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내가 태안군을 대표하며 고장의 명예를 책임진다는 생각도 합니다. 또 천주교 대전교구 신자는 나 한 사람인 날이 많은 사실에서 대전교구의 명예를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지금이야 콧방귀 뀔 사람이 많겠지만, 훗날 그것은 분명한 명예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어제 2011년 4월 4일의 제18차 ‘월요 시국기도회’에는 15분의 사제가 미사를 공동 집전했는데, 멀리 부산교구에서 네 분이나 오셨습니다. 부산교구 생태환경사목 담당사제이신 조성제 신부님이 주례를 했고, 밀양 예림성당 주임이신 김준한 신부님이 강론을 하셨습니다.


▲ 제18차 시국기도회 / 4일 저녁의 제18차 시국기도회(거리미사)는 15분의 사제가 공동집전했다. 부산교구에서 4분이 올라오신 가운데 밀양 예림성당의 김준한 신부가 강론을 했다.  
ⓒ 지요하 - 여의도 거리미사

김준한 신부님의 “거스를 수 없는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깨어 있는 모든 이들의 희망이 4대강을 지켜낼 것입니다”라는 주제의 강론을 들으면서 복받치는 눈물 가운데서도 기쁨과 희망을 한 가슴 안을 수 있었습니다(독자 여러분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아름다운 강론 내용을 소개하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날 미사의 영성체 후 시간에 나는 자작시를 낭송할 수 있었습니다. 3월 7일의 제14차 기도회 때는 외우고 있는 애송시 두 편을 낭송했고, 다음 번 14일 저녁의 제15차 기도회 때는 가곡 ‘옛 동산에 올라’를 개사한 ‘옛 강변에 올라’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드디어 어제 18차 기도회 때는 내 자작시를 낭송한 것입니다. 
  

▲ 강을 돌려주세요 / 4일 저녁의 제18차 시국기도회(거리미사) 전에는 7분 동안 영화상영이 있었다. 4대강 공사현장을 목격한 한 어린이가 강을 잃어버린 슬픈 심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 지요하 - 4대강 상실


사회를 보신 청주교구 금천성당 주임 김인국 신부님의 소개에 따라 제대 앞으로 나아가 마이크를 잡은 나는 시낭송 전에 잠시 인사말을 했습니다. 그 멘트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 뜻 깊은 기도회를 허락하시고 이끌어주시는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매주 월요일 저녁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하시어 슬퍼할 줄 알고 아파할 줄 아는 가슴, 뜨거운 가슴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주시고 희망과 위로를 나누어주시는 신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제게 언제 시를 지어올 거냐고, 채근성 질문을 해주신 수녀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김인국) 신부님께서 저를 ‘시인’으로 소개하셨습니다만, 사실은 먼저 소설로 등단을 한 사람입니다. 유명한 대표적 수구문인 이문열씨와 나이도 동갑이고(이때 청중 웃음), 같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에다가 같은 중편소설 부문으로 등단한 작가입니다. 이문열씨는 1979년에 나왔고, 저는 82년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명성으로나 업적으로나 이문열씨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사람입니다. 이문열씨가 태양이라면 저는 반딧불 같은 작가지요.

하지만 이문열씨가 갖지 못한 것들을 저는 몇 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시대의 참다운 증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 뜨거운 정의감, 예수님을 믿고 따르고자 하는 하느님 신앙 등을 가졌습니다. 이런 마음과 자세로 월요일 저녁마다 서울에 와서 ‘거리미사’에 참례한 덕분에 의미 있는 시 한 편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 시를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시를 짓고 나서 좀 외워보려고 했더니 안 되더군요. 나이 탓인가 봅니다. 젊었을 때는 100편의 시를 외웠는데요. 그래서 그냥 읽는 식으로 낭송을 하겠습니다. 시낭송은 암송으로 해야 제 맛인데, 죄송스럽습니다. 그 대신 분위기를 잡기 위해 제가 외우고 있는 애송시 한 편을 선사해 드리고, 제 자작시를 낭송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형기 님의 시 ‘낙화’를 읊었습니다. “새 움이 트고 꽃이 피는 시기에 ‘낙화’를 생각할 줄 아는 것도 우리 인간”이라는 멘트와 함께…. 내가 자작시를 낭송할 때는 성가 반주와 선창을 맡은 가수 엄광현 김정은 부부가 곱게 배음을 깔아 주었습니다.

내 특유의 ‘낭송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강약고저를 잘 갈무리하며 무난히 낭송을 했습니다. 낭송을 하면서도 느낀 것인데, 많은 분들께 감동과 공감을 드린 것 같습니다. 뜨거운 박수가 있었습니다. 슬픔 가운데서도 기쁨을 얻은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배려이고 선물이기도 한 그 시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 자작시 낭송 / 4일 저녁의 여의도 '거리미사' 영성체 후 시간에는 내가 제대 앞에 나아가 자작시를 낭송했다. '오늘도 여의도에는 바람이 분다'를 절절한 심정으로 낭송하며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홍세기 - 여의도 거리미사


 

오늘도 여의도에는 바람이 분다                            
―여의도 ‘거리미사’에서


오늘도 여의도에는 바람이 분다
조물주 하느님의 숨결로
태초부터 불어온 바람
구세주 예수님의 옷자락에서 발현하여
2천 년을 불어오고 있는
성령의 바람이다

바람은 바람을 낳는다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양심을 일깨우고
분별과 통찰의 눈을 뜨게 하고
열정을 불어넣는 바람은
생명의 바람이다

바람은 눈물을 낳는다
고통의 근원을 알게 하고
슬픔을 사랑하게 하고
역사를 바로 보게 하는 바람은
그리하여 뜨거운 기원을 낳는다

그 눈물 어린 기원의 바람이
오늘 여의도 벌판에
하느님의 교회를 낳았다
사제들의 휴무일인 월요일 저녁마다
수십 명씩의 사제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세계 최대의 교회다  

여의도 아스팔트 벌판에 세워진
건물 없는 하느님의 교회에서
오늘도 바람이 인다
생명과 평화와 인권을 갈구하는
진리와 정의의 바람이 오늘 또다시
하느님을 향하여
세상을 품에 안는다

바람이 바람을 낳고
바람이 바람을 부른다
바람은 바람이 오는 곳을 알고
바람은 바람이 갈 곳을 안다
지표를 향해 가는 바람은
그리하여 희망의 바람이다  

과거 약속의 땅을 찾아
사십 년 동안이나 광야를 떠돌 수 있었던 것은
믿음과 희망
생명의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십 년에 비하면 한 나절에 불과한 오 년 동안
온갖 거짓과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거대한 맘몬 신상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여의도 하느님의 교회
예수님의 옷자락에서 발현하는 바람을
저 추악한 물신은 감히 막지 못한다

그리하여
오늘도 여의도에는 바람이 분다
하늘의 구름장을 열고
온 누리에 햇살이 쏟아지게 하는
구원의 바람이다

다시 여의도 벌판에 모여와
하느님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스스로 바람이 되고 바람을 낳는 우리들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오늘 새롭게 듣는다

바람의 눈, 바람의 귀, 바람의 마음으로…!


(110404/월 저녁, 여의도 ‘거리미사’에서 직접 낭송)


▲ 슬픔 속에서 얻는 감사와 영광 / 자작시 '오늘도 여의도에는 바람이 분다' 낭송을 마쳤을 때 사제들과 신자들 모두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다. 감동과 공감의 표현이었을 것으로 믿는다. 슬픔 가운데서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다.  
ⓒ 홍세기 - 여의도 거리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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