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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상 속 소박한 행복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21 조회수1,336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런 거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95년도 서울 시내버스 안에서 라디오로 들려주는 한 남편의 아내에 대한 순애보

 

그해에 운전면허시험 때문에 서울강서면허장을 가고 있었죠. 김포공항 근처에 있죠. 버스에서 사연 하나를 들었죠. 사연들이 다 고만고만해서 그냥 재미로만 듣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근데 한 사연은 무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사연이 참 기억이 납니다. 물론 아마 그때 나레이터가 정말 낭독을 실감나게 전해줘서 기억을 잘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연인즉슨, 남편이 근무 중에 아내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여보세요? 여보 , 어 당신 왠일이야? 이 시간에. 큰애 학교에서 학부모 연수가 있다고 선생님한테서 갑자기 연락이 와서 부득불 지금 2박3 일 일정으로 연수를 다녀와야겠어요. 그래서 당신한테 연락을 해요. 음.. 그럼 잘 다녀와. 근데 여보, 지금 집 청소하며 빨래하는 중인데 나중 퇴근하고 와서 세탁기에 있는 빨래 배란다에 좀 늘어줘요. 알았어. 빨리 준비해서 잘 다녀와. 식사 걱정은 하지 말고. 네 여보. 저녁에 퇴근하고 남편이 집에 들어와서 간단하게 옷을 갈아입고 낮에 아내가 부탁한 세탁물을 배란다에 늘려고 배란다로 갔어요.

 

세탁기 문을 열고 옷을 꺼내 탈탈 털어서 하나씩 늘고 있는데 반쯤 늘고 나니 작은 옷감이 보였죠. 그게 처음엔 남자 속옷인 줄 알았나봐요. 남자라고는 아들하고 단 둘뿐. 근데 너무 낡았고 해서 남편은 혼잣말로 아들 건 줄 알고 이거 뭐야? 이렇게 낡은 거는 버리지 않고, 허 이거 구멍도 나 있잖아. 참~ 내. 남편은 버릴려고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하다가 잠시 다시 보니 이게 남자 속옷이 아니였습니다. 여자 속옷이였죠. 바로 아내 속옷이었어요. 그 순간 아내 속옷이라는 걸 알고 남편은 그만 감정이 북받쳐 고개를 떨구며 눈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렸어요.

 

자기와 아들 속옷은 거의 새 속옷이나 마찬가지인데 더군다나 여자인 아내 속옷이 해어져서 이게 속옷인지 걸레인지 구분이 안 되는 옷을 입고 다녔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그때 너무 서러웠다고 합니다. 아내는 자신의 적은 월급으로 알뜰살뜰 살림을 살아 그런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아파트도 가지고 있지 못했을 거라면서 그 걸 보니 아내가 무능한 자신을 만나 고생하는 거 같아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눈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목욕탕에 갈 때 얼마나 사람들 보기에 창피했을까? 생각하니 남편은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어요. 옷장을 들여다보고 다른 것도 확인해보니 정말 다른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날 남편은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퉁퉁부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날 남편은 점심시간에 점심도 먹지 않고 곧장 백화점에 가서 아내의 속옷을 사려고 란제리 코너로 갔죠. 집에서 이미 사이즈는 적어와서 매장직원에게 아내에게 선물하려고 하는데 좋은 거 골라달라고 부탁해서 한 세트를 샀는데 넷 세트를 다른 걸로 더 사서 집으로 돌아온 후 남편은 손수 아내에게 돌아오면 속옷과 함께 주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아 편지를 쓴 후 아내가 돌아오는 날 화장대 선반에 선물박스와 함께 놓아두고 출근을 했습니다.

 

아내가 집에 돌아오자 선물박스와 편지가 있는 걸 보고 이게 뭐지하고 편지를 열어 보았죠. 편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아내도 순간 울컥했는지 아내의 볼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편지를 읽고 아내는 선물을 열어보고 또 한 번 눈물을 삼킵니다. 아내도 여자이였기에 얼마나 예쁜 속옷을 입고 싶었을 테고 목욕탕에서 다른 여자를 얼마나 부러워 했을지는 상상이 갑니다. 그러니 남편이 그런 자기의 마음을 알아서 마음써준 남편의 마음에도 스스로가 감동했죠. 남편이 자신이 고생하는 마음을 알아줘서요.

 

아내는 그날 선물 때문이 아니라 남편이 그렇게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한 나머지 아내는 바로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하고 남편이 퇴근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남편이 퇴근 후 문 현관을 열자 아내는 바로 아무말 없이 그냥 남편을 포근하게 감싸듯이 남편을 안아주었답니다. 시간이 얼마 흐른 후 서로 서로의 눈을 보니 아내와 남편 둘 말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눈물의 의미는 제가 볼 때는 남편과 아내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고마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년 전 방송을 통해 들은 거지만 너무나도 감동적인 내용이라 또 나레이터가 너무 리얼하게 남자의 편지를 낭독해서 지금도 그 내용이 생생합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제가 기억나는 대로 묘사를 했습니다. 저는 이 걸 보면서 행복이라는 게 아주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이 부부처럼 소박하고 서로에게 꾸밈없이 대하고 상대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게 하나의 그것도 작은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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