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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31일 야곱의 우물- 마태 13, 47-53 묵상/ 두려운 그날이 오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31 조회수516 추천수9 반대(0) 신고
두려운 그날이 오면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버렸다.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천사들이 나가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던져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 제자들이 “예!”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러므로 하늘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들을 다 말씀하시고 나서 그곳을 떠나셨다.
(마태 13,47-­53)
 
 
 
 
◆“천사들이 나가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던져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세상 종말에 관한 요한묵시록의 초현실적인 묘사를 떠올리는 섬뜩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강렬하고도 실감나는 경고의 말씀은 어쩐지 좀 낯선 느낌입니다.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는다고 미사 때마다 고백하면서도 사실은 그 심판의 모습을 두고 깊이 생각해 본 적이 드물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하기야 성경의 묘사보다 더 끔찍한 참극을 이 지상에서 보고 겪은 인간들이니 ‘불구덩이’ 이야기의 충격이 반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의인’의 대열에 끼어들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세상 종말은 더할 수 없이 두려운 시나리오입니다. 들을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게 만드는 모차르트 레퀴엠의 가사처럼 그 ‘진노의 날’에 온 세대가 바수어지고, ‘티끌로부터 부활한 죄인들이’ 영원한 처벌을 받는다니 말입니다. 모든 것이 기록된 책을 펼쳐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실 주님의 면전에 서면, 자비를 베푸시라는 애원 말고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같은 동네 분으로 공사장에서 떨어져 전신마비로 오래 누워 계신 할아버지를 어머니와 함께 찾아뵙곤 했습니다. 어느 날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가쁜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무래도 며칠 못 사시겠다는 어머니 이야기에 겁이 덜컥 났습니다. 어머니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물었습니다. “돌아가시는 거 무서워요?” 할아버지는 겨우 눈을 뜨고 “무서워.” 하셨습니다. “걱정 마세요. 착하게 사셨으니 하느님 곁으로 가실 거예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가로저으시자 어머니가 다시 물었습니다. “쌓은 공덕이 없는 것 같아 그래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평생 가난하고 병들어 살았으니 그걸 하느님께 바치기만 해도 다 용서받으실 겁니다.”
 
어머니의 그 이야기를 저는 내내 잊지 않습니다. 누구한테나 공로로 드릴 것이 있다고, 가난과 병고로도 자비를 구할 수 있다고 한 그 말씀이 얼마나 지혜롭게 여겨졌는지요. 당장 오늘부터 심판의 날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겠지만 가난과 병고, 누명의 억울함과 작은 희생이라도 내세워 천사의 손을 피할 수 있으려나, 위로를 얻어 봅니다. 기록된 책에 남아 있을 제 악행이 아무래도 다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
여상훈(도서출판 시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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