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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말씀 [사순 제4주일]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작성자김종업로마노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27 조회수1,347 추천수1 반대(0) 신고

 

 

생명의 말씀 [2022327(다해)사순 제4주일]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 가톨릭평화방송· 평화신문 보도주간

 

어느 날 작은아들이 집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집을 나가는 과정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우선 그는 아버지께 재산가운데 저에게 돌아올 몫을 달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상속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진행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그는 살아계신 아버지께 자신의 몫을 요구하며 아버지를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대우했습니다. 상속을 챙긴 그는 큰 고민 없이 집을 나갔습니다. 복음은 이 장면을 두고 며칠 뒤에’ ‘자기 것을 모두 챙겨서’ ‘먼 고장으로 떠났다고 전합니다. 그렇게 그는 한순간에 관계를 닫았고, 모든 것을 챙겼고, 다시 돌아오려는 마음 없이 떠났습니다.

 

큰 재산을 챙겨 집을 나간 그는 무엇을 했을까요? 유산을 밑천 삼아 장사하며 열심히 살았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사업은커녕 방종한 생활을 하며 자기 재산을 허비했습니다.

애초부터 자신의 몫을 달라 한 것은 건전하고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탕진하였을 즈음그는 그제야 생각을 바꿉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려 마음먹은 이유는 그저 배가 고팠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집에는 먹을 것이 많지만, 자신은 돼지들이 먹는 열매로도 배를 채울 수 없었던 것이 이유였습니다. 심지어 그는

아버지께 돌아가 어떻게 말할지도 미리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작은아들은 예쁘게 보아줄 모습이 없어 보입니다. 최초에 집을 나갈 때의 태도도, 집을 나가서의 행동도, 그리고 다시 돌아오려는 과정도 좋게 이해해 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마음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던 아들의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방탕한 생활로 가진 것을 다 탕진한 아들에게 입도 맞추었습니다.

심지어 잘 준비된 말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 역시 문제 삼지 않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었고, 아무 조건도 달지 않았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바로 이 비유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과 같다고 알려주십니다.

 

사실 우리도 집을 떠나온 기억이 많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하느님의 뜻을 무시했고 유혹에 걸려 넘어진 일들 말입니다. 나중에 후회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망설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분이란 사실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돌아가서 멋진 말을 하며 그분을 감동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심지어 부족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도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잔치를 베풀고 한없이 기뻐하시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우리가 죽지 않고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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