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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선물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2-04-17 조회수1,034 추천수1 반대(0) 신고

 

 

부활성야 미사를 마치고 재경부에서 부탁을 해 헌금정리를 한 후 나오는데 한 노 자매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제가 몇 번 소개를 드린 적이 있는 자매님이십니다. 아마 제가 작년 성탄에도 이 자매님에 대해 말씀을 드렸을 겁니다. 부활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드리니 어제는 미리 팔을 벌리시면서 한번 안아볼까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기억하기로는 자매님과 포옹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어머니 장례미사를 마친 후에 장지를 떠나기 전에와 작년 성탄 때는 성전에서 그냥 다가오시면서 안아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연로하시지만 연세에 비하면 아주 건강하십니다. 예전에 꾸리아 서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젊었을 땐 꾸리아 단장도 오래 하셨고 본당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던 것입니다. 사실 본당에서 원로와 같은 분이십니다. 그 포옹에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을 겁니다. 솔직히 제가 지금까지 왜 저를 안아주셨는지에 대한 이유를 한 번도 여쭤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걸 여쭤본다는 것도 좀 이상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카르투시오 수도원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사적으로 그래도 평소 저를 마음적으로 챙겨주시는 분이라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니 인간적인 생각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가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하시면서 잘 생각해봐라고 하신 분이십니다. 그렇게 해서 수도원에 들어갔다가 성소가 아니라고 해서 나온 후에 본당에 미사를 드리면서 성소가 아니라고 해 나왔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니 하시는 말씀이 하느님 뜻이라고 하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아마도 그 말씀은 인간적인 생각으로 그냥 돌아와서 반가운 마음에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도 수도원에 대해 말씀을 드리니 다큐멘터리를 보셨는지 그곳은 다른 수도원하고 달라 완전히 하느님만 생각하는 곳인데 그리고 밥도 그런 밥을 먹으면서 적응을 하겠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분은 그때 그런 것을 말씀하신 것은 수도원에 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미래에 본당에서 재목이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겁니다.

제가 꾸리아 서기를 하게 됐을 때 꾸리아 단장님께 말씀하시는 것을 직접 들었습니다. 미사 봉헌 후에 나올 때 말씀을 하시는 걸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이번에 꾸리아 서기를 잘 뽑았다고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그건 제가 역량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아마도 젊고 하니 성당의 미래를 보시고 그렇게 하셨던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그분은 국문학을 전공하셨던 분입니다. 예전에는 본당 주보에도 아주 가끔 글을 올리신 분이십니다. 아마도 저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두 가지 이유일 겁니다. 믿지 않는 가정에서 혼자 그래도 흔들흔들 하면서도 지금까지 성당을 잘 나와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십 년이 조금 넘었지만 제가 만년 막내로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저도 본당주보에 글을 영세를 받고 난 후에 자주 올렸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교구보에 예전에 평신도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곳에도 제가 어머니를 위해 마치 사모곡 같은 내용으로 올린 글을 보시면서 참 적절한 표현이 없습니다만 기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었습니다. 글을 쓰시는 분이라 제 글을 보면 그래도 완전 맹탕 같은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하신 모양입니다. 사실 본당에서 예전에 글을 올릴 때 많은 분들로부터 부러움을 산 것도 사실입니다. 그때 그 글이 교구보에 실린 시점에 우연히 가르멜 수도원에 신부님이 특강이 있으니 와서 들어라고 하셔서 갔는데 지금은 남해 본당에 계시지만 그당시 사목국장님으로 급히 교구청에 가셨기 때문에 본당에서 임기를 다 채우지 않으시고 가셨지만 그날 수도원 앞에 있는데 신부님이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의외였습니다. 신부님께 인사를 드리니 처음 하시는 말씀이 “베드로, 글 잘 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신부님께서도 본당에서 사목을 하시면서 여러 차례 제 글을 봤기 때문에 그런 인사를 하셨을 겁니다. 그것도 내용적인 측면에서 어머니를 사랑하는 절절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목자로서 그런 말씀을 해 주셨을 겁니다. 이런 면을 자매님도 보셨을 겁니다.

지금은 부족한 사람이지만 미래의 본당을 생각해서 워낙 사람이 귀하니 저 같은 사람도 그냥 대접 아닌 대접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한테 좋은 평만 듣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그냥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인간사회나 종교단체나 할 것 없이 어디나 다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자매님께서도 그간 1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저를 지켜보셨으니 그래도 지금은 많이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앞으로 잘 다듬어져 본당을 위해 큰 재목으로 쓰이기를 희망하시기 때문에 저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사실 몇 번의 위기를 겪은 것을 직접 보시고 하셔서 그런지 어쩌면 맘이 짠 하신 마음에 남의 아들이지만 아들 같은 마음에 안아주셨을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이게 예수님의 부활 선물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매님을 통해서 예수님을 대신해 위로해 주기를 바라셨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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