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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항구히 씨 뿌리는 삶" - 2008.7.13 ,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13 조회수534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7.13 연중 제15주일                                          
이사55,10-11 로마8,18-23 마태13,1-23

                                                  
 
 
"항구히 씨 뿌리는 삶"
 


아주 예전 수도원을 방문한 어느 분의 뜻밖의 질문을 잊지 못합니다.

“수사님, 여기 수도원에서 무순 재미로 살아가십니까?”

누가 여러분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과연 여러분은 무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저의 즉각적인 대답은 이러 했습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재미로, 맛으로,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수사님들의 대답이기도 할 것입니다.

며칠 전 어느 분과 웃으며 나눈 담화도 생각이 납니다.

“하느님 하나 보고 수도원에 온 수도자들입니다.”
라는 저의 말에 그분의 대답이 재미있었습니다.

“부부사이와 흡사하군요.
  저도 어느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당신 하나보고 시집왔는데 당신은 나를 너무 실망시켰어요,
 당신과 살고 싶지 않아요.’ ”

하느님 하나보고 수도원에 온 수도자들이나
남편 하나보고 시집왔다는 분의 고백이 참 재미있게 비교 되었습니다.
 
하여 수도 서원 식 때 다음 수시페 장면이 감동적입니다.

“주여 주의 말씀대로 저를 받으소서. 그러면 저는 살겠나이다.
  주는 저의 희망을 어긋나게 하지 마소서.”

주님 하나보고 수도원에 온 저를 실망시키지 마시고
끝까지 저의 빛나는 희망이 되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청원입니다.


하느님께, 하느님의 말씀에 믿음과 희망을 두고 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하느님의 말씀이
그의 희망이자 비전인자 결코 흔들리거나 방황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믿음에, 희망에 깊이 뿌리내린 삶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씨 뿌리는 사람, 바로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이 씨 뿌리는 삶에 항구할 수 있었음도
바로 하느님께 믿음과 희망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 역시 하느님의 영광이 그의 빛나는 희망이었음을 봅니다.

“형제여러분,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습니다....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우리의 몸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습니다.”

바오로의 고백이 구구절절 심금을 울립니다.
 
장차 있을 영광과 이 시대의 고난이 예리하게 대조되고 있지 않습니까?
 
바로 장차 있을 하느님의 영광에 대한 희망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사람 잘 못 만나 고통 받는 오늘날 모든 피조물들
역시 바오로의 말씀대로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
멸망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하느님의 영광이 환히 들어나기를,
하느님의 자녀들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
이런 희망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입니다.

씨 뿌리는 삶에 항구 하는 것입니다.
이런 항구할 수 있는 힘은 하느님께 믿음을, 희망을 둘 때 가능합니다.
 
이런 하느님 희망이 비전이 없으면 도저히 항구할 수 없습니다.
얼마 못가 도중하차입니다.

삶은 과정이요 흐름입니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 경주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을 상징하는 씨 뿌리는 사람,
바로 항구한 삶의 모범입니다.

진인사대천명,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과정의 삶을 충실히 하는 겁니다.
 
길,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 가리지 않고
주어지는 삶의 자리에 충실합니다.
 
마음이나 시간이나 장소, 언제나 좋은 땅일 수만은 없습니다.
 
길 같은 마음,
돌밭 같은 마음,
가시덤불 같은 마음,
좋은 땅 같은 마음, 수시로 변합니다.

시간이나 장소도 그렇습니다.
 
좋은 땅 같은 시간이나 장소가 있는 반면
길이나 돌밭, 가시덤불 같은 시간이나 장소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이나 장소, 시간, 가리지 말고
그 장소,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좁게, 지금 여기만 보지 말고 넓고 깊게 보라는 것입니다.
 
절망스런 길이나 돌밭, 가시덤불 같은 환경도 하나의 과정일 뿐
끝까지 견디며 노력하다보면
머지않아 희망으로 좋은 땅의 때도 오기 때문입니다.

공동생활도 그렇습니다.
언제나 좋은 땅의 공동체를 기대하는 것은 환상입니다.

살다보면 길 같은 분위기일 때도,
돌밭이나 가시덤불 같은 때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나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제 삶의 자리에 충실 하는 것이 내적성장의 지름길입니다.

타고난 좋은 땅 없듯이 타고난 좋은 마음 밭도 없습니다.

아무리 말씀의 씨가 좋아도 좋은 마음 밭 없으면 잘 자랄 수 없습니다.
 
좋은 밭도 방치하면 길이 되거나 가시덤불 우거진 밭이 되듯,
마음 밭도 똑 같습니다.
 
항구히 씨 뿌리는 노력이 좋은 마음 밭을 만듭니다.
 
좋든 싫든 기분이나 감정에 좌우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 성독, 노동의 수행에 항구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마음 밭은 좋은 마음 밭으로 변모될 것이며,
언제 어디서든 좋은 마음 밭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사야 말씀대로 우리 마음 밭에 떨어진 무수한 말씀의 씨앗들
그 사명을 다 할 것입니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끊임없는 기도와 말씀 공부가 좋은 땅의 마음 밭으로 만듭니다.
 
온갖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는 힘을 줍니다.
 
하느님 영광의 희망이 점차 분명히 들어나게 합니다.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자녀 되어 살게 합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희망으로 오시는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말씀의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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