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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과 가라지 (마태 13:24-43) 이계광신부
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20 조회수603 추천수6 반대(0) 신고

밀과 가라지 (마태 13:24-43) 이계광 세례요한 신부

 묵시3:20

               연중16주일(농민주일)

 

"하늘나라는 어떤 사람이 밭에 좋은 씨를 뿌린 것에 비길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원수가 와서 밀밭에 가라지를 뿌리고 갔다."(마태 13:24-43중에서)


하늘나라! 하늘나라의 반대는 땅의 나라이겠지요? 먹고 입고 사느라 바빠서 그것에 골몰하고 그것만을 찾다보니 의리니, 체면이니 더구나 정직이나 성실, 봉사나 사랑 따위의 말이나 생각은 아예 잊은 지가 오래 됐습니다. 눈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이라더니, 아니 요새는 눈 뻔히 뜨고도 코뿐만 아니라 온통 껍데기 전체를 볏겨 가는 그 땅의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매일같이 말을 바꾸고 그리고도 또 새로운 성명, 새로운 발표를 거침없이 내보내는 정치계와 정사 당국! 신문. 잡지. 라디오. TV. 큰 글자 큰소리 뒤에는 으레 반듯이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소리와 또 다른 글자들! 눈여겨 조심조심 볼 줄 알고, 들을 줄 알아야만 하는 이 이중의 나라! 이 땅의 나라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아니 이 땅의 나라 속에 하늘나라를 우리는 심어야 하고 일으켜야 하며 키우고 지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진실과 정의가 활개를 치고 믿음과 평화가 넘쳐흐르는 나라를 말입니다.

어떤 사람이 밭에 좋은 씨를 뿌렸다.

어떤 사람! 아마도 그는 좋은 사람이겠지요. 스스로 거짓을 미워하고 정직과 진실을 사랑하고 착하며 이 세상에, 이 땅의 나라에 그 것을, 그 정직과 진실을 심어주고 퍼뜨리며 자라나기를 원하는 그 사람들 말입니다. 확실히 오늘의 이 나라 이 사회에는 이 어떤 사람이, 이러한 정치인, 이러한 대통령, 이러한 공무원이 아주 절실하게 필요하며 또 요구 됩니다.

좋은 씨! 눈에 보이고 밖에 드러난 현실로 나타난 모든 좋은 결과와 좋은 성과들! 그러나 그 시작은, 그 씨앗은 한 사람의, 한 사회의 좋은 마음으로부터 바른 판단과 결정으로부터 출발한 것이요 시작인 것입니다. 그 출발과 시작이 참되고 옳은 것이었기에 참되고 옳은 결과와 성과를 내게 한 것이요 만들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참되고 옳은 결과와 성과를 내고 또 만들기까지에는 계속 바르고 옳은 그 마음을, 바르고 옳은 그 판단과 결정을 지켜주고 밀어주며 키워주는 또 다른 옳고 바른 힘과 노력과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입니다.

절대로 이 지상의 역사는 이 세상의 만사는 하루아침에 별안간 시작된 것도 또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결과와 성과 밖에 드러난 현실만을 보고 따지며 그 시작과 씨앗을, 또 그 씨앗이 열매를 맺기까지의 그 노력과 그 과정을 생각하지 않으며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우선 씨앗을 먼저 알아야 하며 따져야 하고 선별해야 합니다.

좋지 않은 씨앗, 정직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못한 마음으로부터는, 옳지 못하고 바르지 못한 판단과 결정으로 부터는 절대로 좋은 결과와 성과, 좋은 세상과 좋은 시대를, 좋은 정치와 좋은 나라를 기대할 수 없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원수가 와서 밀밭에 가라지를 뿌리고 갔다.

원수와 가라지! 누가 원수요 가라지겠습니까? 먼저 원수는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내 속에 있고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왜 우리는 탓을 남으로부터 찾으려고만 합니까? 적어도 밖으로부터의 원수를 막지 못한 탓은 나에게, 나 속에 잇는 것입니다. 육신과 영혼이 결합한 혼혈아인 우리 사람들입니다. 가장 가까운 동지요 또 가장 무서운 원수는 바로 내 육신 내 몸뚱이 나 자신입니다. 가라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소중이 여기며 또 조심하라는 이 자중 자애의 정신과 마음가짐은 자칫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만을 중히 여기는 그릇된 자존심으로, 또 자기만을 내 세우는 자기 허영으로 변하고 옮아가기 십상입니다. 밀씨와 가라지씨의 구별과 선별은 그래서 시작 때에는 아주 비슷하여 혼동하기가 쉬우나, 크고 자라는 동안에, 아니 사람들이 잠자고 있는 동안에, 방심하고 오만하고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동안에 이제 그 정체가, 본 모습이 하나하나씩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가라지 역시 원수와 마찬가지로 밖에서 온 것만이 아니요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속에 위장된 말씨로 숨겨져 있었고 더불어 같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잠을 깨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어느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하늘나라 백성으로 하늘나라의 일꾼으로 살고 있는지 알아보아야겠습니다. 과연 지금도 나에게는 정직과 성실이 살아 있는지, 과연 지금도 나는 가라지가 아닌 밀씨로 남아 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과 자성은 비단 오늘의 이 나라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과 사회 지도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먼저 우리 성도(聖徒)들 각자가 첫째 그 자신의 신앙생활에서, 그리고 자기 책임과 자기 본분 아래 있는 여러 가족과 친지들 그리고 직장과 직책 속에서 반드시 그 해답을 찾아야 하고 그 시정과 개혁의 길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우리 사람들의 이러한 나약함과 결함을 너무도 잘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작은 선의와 작은 시작을 끝까지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 사람들을 쉽게 단죄하시거나 쉽게 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오히려 끝까지 이해하시고 용서 하시며 오래 기다리실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끝내 돌아오지 않는 자에게는 자기가 저지른, 자기가 만들어 놓은 그 결과에 대해, 아픔과 혼란에 대해 심판받게 하실 것이요 보상하게 하실 것입니다. 절대로 저 세상에 가서가 아니라 바로 이 세상에서, 죽어서 역사에서가 아니라 살아서 바로 이 세대에서 말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것들을, 그 살아있는 심판을 불과 얼마 안되는 지난 역사 속에서 계속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 또 착한 뜻에서 또한 좋은 목적을 위해 세워지고 시작한 교회와 사회의 많은 사업과 많은 단체들이 중도에 스스로 자멸을 하고 불미스러운 결과만을 남겨 놓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와 원인들이 바로 이 도둑으로 변신한 그 어떤 사람들의, 이 가라지씨로 변해 버린 밀씨들의 자만과 허영, 욕심과 게으름 때문 이었던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 버려 두어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에게 일러서 가라지를 먼저 뽑아서 단으로 묶어 불에 태워 버리게 하고 밀은 내 곳간에 거두어 들이게 하겠다.” 아멘.


2008. 07. 20.  이계광 신부님의 강론집 중에서 

***1921년 서울 출생(88세). 45년11월 사제서품. 96년3월 은퇴 64년간 사제생활 중이시며 현재 서울 교구 창4동에서 주일 새벽미사 집전하십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과 더불어 원로사제로서 '성당에는 사제가 없다'시며 사제의 중요성을 가르치시기도 했습니다.신부님 오래 오래 영육간에 건강하세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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