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추와 미
작성자김열우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21 조회수502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람은 흙으로 빚어졌고, 죽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갑니다.

식물은 흙에서 태어나고, 흙에서 영양을 받아 성장하며, 온갖 고운 빛의 색깔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가 하면, 맵고, 짜고, 달고, 시고, 쓴 맛의 각양 열매를 생산하여 냅니다.

흙은 과연,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어머니이며, 마침내 돌아갈 본향과 같습니다.

 

낮은 안식의 밤을 위하여 있고, 밤은 새로운 창조와 생산을 도모할 낮을 위하여 존재합니다.

흙이 낙엽과 같은 온갖 죽은 것들을 받아들여 썩혀 만든 영양들을 새봄, 식물들의 새싹들을 돋우며, 충실한 열매를 맺도록 내어놓습니다.

땅에서 영양을 흡수하여 성장한 식물들을 동물들이 섭취하고, 그 동물들이 내어 놓은 배설물들을 땅은 또 다시 받아들여 식물들을 위한 영양을 준비합니다.

식물들은 또 다시 그들로 성장하고, 온갖 동물들을 먹여 살립니다.

 

우리가 식량으로 삼고, 아름답게 보며 흠모하는 온갖 식물들이 사실은 더럽다 며 외면하는 동식물들의 죽음과 배설물들로 자라난 것들입니다.

그렇고 보면, 우리들이 가지는 정결과 불결, 추와 미에 대한 개념은 보이는 외양의 모습에 기준을 두는 우리의 눈과, 우리의 관념, 우리의 가치 기준이었던 것 뿐입니다.

더럽다 깨끗하다 /추하다 아름답다라는 모든 개념이 각 개인의 관념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것이 흙과 태양에서 비롯된 것이며, 각양 생물은 약육강식의 법칙하에, 다른 동식물, 다른 개체의 생노병사의 4단계 중, 어느 한 부분을 선호, 취하는 것이며, 자신이 취하는 그 이상의 것에 대하여는 백안시, 또는 문외한일 뿐입니다.

병들어 죽어가는 동료를 뜯어먹는 물고기, 동물의 사체에서 번성하는 세균, 부패한 것을 먹이로 삼는 독수리, 습하고 지저분한 곳에 서식하는 바퀴벌레-

이들에게는 그것이 최상의 환경인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말하는 정결과 불결은, 육을 가진 모든 생물의 생과 사의 순환의 과정에 끼어든 편견일 뿐일 것입니다.

피어남의 아름다움과 상반된, 시들어져가는 추함은 새로운 잉태의 시작입니다.

 

하느님은 밤과 낮, 부정한 것과 정결한 동물들을 함께 창조하셨습니다.

사람이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명나무와 함께, 사람이 먹으면 반드시 죽게 될 선악과도 창조하셨습니다.

사람에게 유익한 유산균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세균도 창조하셨습니다.

 

이들은 서로 상반된 적이라기보다, 서로를 도모하는 동조적인 것이 됩니다.

비록 악한 것이라도 잘 이용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예술품이 됩니다.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한낱 발길에 채이는 돌덩이가,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고가의 금강석이기도 합니다.

무서운 세균이 면역을 만들어 병을 미리 막아내게하는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만물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고, 다 쓰일 데가 있고, 쓰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다윗이 평소, 하느님의 창조물중, 가장 쓸모없다 불평하였던 모기와 거미는 그의 위기를 모면케 하는 매우 중요한 VIP(?)가 되기도 했습니다.

징그러운 독사나, 독거미- 그 누가 무어라 해도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을 점유하며 존재할 삶의 권리와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우리가 지탄하고, 혐오하며, 단호히 거절하는 것은 양심과 법, 도덕, 하느님의 뜻을 벗어난 일들인 것입니다.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속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는 예수님의 말씀-

그 무엇으로도 씻어 정결케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부패한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진정 더러운 것들을 깨끗게 하여 줄, 최첨단의 세제는 예수님께서 흘리신 십자가의 고난의 피입니다.

2008년 6월 21일 오전 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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