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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34) 120 미터 상공에서 추락하다 / 이해동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11 조회수521 추천수6 반대(0) 신고
 
 
 
 
 
6월 둘째주 연중 제10주일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마태 9,9-13)
 
 
 
                 120미터 상공에서 추락하다
 
 
                                                            글 : 이해동(살레시오 수도회 신부)
 
 
 
1995년 11월 30 일,
죽다 살아난 그날을 잊을 수 없다.
형을 따라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날다가 120미터 상공에서 돌풍을 만나
그만 땅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나를 두고 수도원 형제들은
 
"하늘나라에 들어갈 만한 꼴을 아직 못 갖추어  천국 문턱에서 내동댕이쳐진 것이 아니
 냐!"
 
"하느님이 신부 만드느라 납부금을 많이 쓰셨는데 아직 본전도 못 뽑아서 교회에서
 밥값 좀 더 하고 오라고 그냥 땅 바닥에 던져 버리셨다!"
 
등등 별의별 농담을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몸서리쳐지는 때가 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낙하산을 휘감고 도는 회오리바람,
떨어지는 사실을 의식하면서도 아무런 통제도 할 수 없던 나의 무력함,
어디를 어떻게 다친지도 모르는 통증들로 땅바닥에 추락했을 때의 무감각,
90킬로 몸무게의 내리누름으로 고기 덩어리처럼 찢겨져 땅바닥에 널부러진 처참했던 오른쪽 다리의 개방골절......  .
 
 
그 순간 "목숨이 붙어있더라도 평생 식물인간이나 불구자로 살아야 하는가 보구나!" 하며 먹구름이 드리워진 나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병원으로 옮겨져 얼마 지났을 때 나에게 엄청난 행운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120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이 정도 부상이라니 억세게 운이 좋다. 기적 같은 일이다."
 
"2차 대전 때 같았으면 잘라내야 하는데 지금은 의술이 발달해서 수술을 하고 나면 곧 정상적으로 걷고 뛸 수 있다. 걱정하지 말라!"
 
그 순간 나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는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면서 이 세상에 의사로 왔다고 한다.
 
죽을 병에 걸렸거나 죽을 만큼 다쳤다가 치료를 받고 나아본 사람이라면 치유받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안다.
 
그런데 의사가 치료를 원하는 병자에게 "당신은 왜 다쳤소? 병들거나 다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몰랐소? 난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있지만 당신처럼 병든 사람들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소!" 한다면 치유받는 기쁨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새 차를 만드는 자동차공장도 있지만,
사고 때문에 망가지고 부서지고 찌그러진 자동차를 새롭게 고쳐주는 정비공장도 있다.
 
예수는 부서지고 망가진 우리 인생을 고쳐주러 오신 '인생정비공'이다.
그분이 인생정비공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ㅡ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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