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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10일 야곱의 우물- 마태 5, 13-16 묵상/ 도시의 빛과 별빛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10 조회수594 추천수4 반대(0) 신고
도시의 빛과 별빛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마태 5,13-­16)
 
 
 
 
◆어렸을 때는 정전이 자주 있었다. 툭하면 정전이었는데, 밤에도 그런 일이 잦았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등화관제 훈련이라 하여 북한의 야간 공습에 대비하는 훈련을 했다. 사이렌이 울리면 집안의 모든 전등을 끄고, 꼭 켜야 할 일이 있으면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두꺼운 담요나 천으로 가려야 했다. 이렇게 밤에 정전이 되거나 등화관제 훈련을 하는 날이면 동네 꼬마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모두 집 밖으로 나왔다.
 
집 안에 있어봐야 할 일도 없을 뿐더러 밖으로 나오면 평소 보지 못하던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밤하늘의 별이었다. 환하던 도시의 불빛이 꺼지고 나면 마치 시골의 하늘처럼 별들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공기가 안 좋은 서울 하늘에서도 은하수가 보이고 운이 좋으면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도 볼 수 있다. 불편함에 투덜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었던 추억거리다.

 
전기가 풍부해진 지금, 서울의 밤은 더 밝아졌다. 그래서 과거보다 별이 더 안 보인다. 정전도 거의 없고 등화관제라는 재래 훈련은 이제 필요가 없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도시에서는 깜깜한 어둠 속에 별 볼 일이 없다. 인공 불빛에 가려진 별빛을 추억 속에서나 더듬어 볼 뿐이다. 하지만 그 별이 보이지 않을 뿐 빛을 잃은 것은 아니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별이 반짝이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 어느 곳에나 별처럼 빛나는 분들이 있다. 세상의 다른 불빛에 가려 그 빛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세상의 빛이 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하느님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빛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우리의 작은 빛을 열심히 비춘다면, 우리의 빛을 가리던 세상의 다른 불빛이 사라질 때 사람들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찬양받으실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조용상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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