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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 이삭을 뜯다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20 조회수450 추천수2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였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마르코 2:23-28)
 
유대 율법에는 이웃의 곡식 밭을 지나갈 때 손으로 이삭(ears)을 자를 수는 있지만 낫으로 이삭을 자르면 안 되게 되어있었다.(신명기 23:26) 바리사이들이 반발한 것은 밀 이삭을 뜯은 행동이 아니라 안식일에 뜯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삭을 뜯은 것을 단순한 행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안식일에 수확하고, 타작하고, 키질하고, 짐을 지고, 식사를 준비하는 다섯 가지 율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루카 복음서를 보고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재미 있는 말을 했다. “안식 일에 일을 하는 사람을 본 같은 날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친구여 네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축복 받은 것이다. 그러나 네가 모른다면 율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비난 받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자기 자신을 모르기 때문이다.
 
성 에프렘(St. Ephremof Syrian, 306-373)이 말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제자들에게 미리 의로움의 진리에 대하여 가르치시므로 주님께서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실 때면 제자들에게 절대로 주의를 주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을 지키시지 않은 것은 안식일을 당신께서 만드신 것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발바닥부터 머리 끝까지 성한 데라곤 없이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을 고쳐주시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율법을 어겼습니다.”(이사야 1:5-6)
 
노자(老子)가 말했다.“知人者智, 自知者明; 남을 알아보는 것은 지(智)요 자신을 알아보는 것은 명(明)이다.늘 남의 잘못은 크게 보이고 자신의 잘못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로 크지 못한다. 자신의 잘못이 작게나마 느껴지고 보여질 수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하늘의 복’을 받은 사람 일 것이다. 남을 정죄하고 자만하기는 쉽다. 나 자신을 돌아볼 사이 없이 남을 내려다보려는 얄팍한 마음이 앞서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바리사이들이 그러했다. 존 애덤스 전 미국 대통령이 “가능한 최상의 세계는 종교가 없는 세계”라고 한 말은 이 바리사이들과 같은 성직자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바실리오 성인(St. Basil)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정한 죽음은 빵이 없어서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물이 없어서 목말라 죽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여 죽는 것입니다. 진정한 죽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영혼이 죽는 것입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기 때문입니다.’(마태오 4:4, 루카 4:4) 이 때문에 혼인잔치에 참석한 사람들은 신랑과 함께 있을 때에는 단식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 선원(禪院)의 벽에 걸린 두루마리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자유를 얻지 못하게 되고 법을 지켜도 자유를 얻지 못하게 된다.”
이 말과 마태오 복음(5:19)과 비교해보자.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마치 불교의 선문답(禪問答)과 같다.
 
암브로시오 성인(St. Ambrose)은 오늘의 복음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주 예수께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래 된 율법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제자들에게 말씀의 이해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말씀을 실천하여 행동으로 보여주심으로써 새로운 은총의 옷을 입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안식일 날에 제자들을 이끌고 밀밭으로 가셨습니다.
즉 제자들을 열매가 풍성한 곳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주님께는 안식일, 밀밭, 이삭이 작은 신비가 아니었습니다. 밀밭은 이 세상이고 밀이삭은 성인들이 사람들에게 씨 뿌린 풍성한 열매를 의미했습니다. 이삭은 사도들이 씨를 뿌려서 먹여 살리고 발전하도록 한 교회의 열매입니다. 이삭은 성자들이 이미 뿌려놓은 풍요로운 열매입니다. 우리들의 공로의 열매는 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소나기가 내려도 시들고 햇볕에 바짝 마르고 비에 젖고 폭풍우에 흩어지지만 수확하는 사람들이 축복 받은 곡창지대의 곳간에 쌓아두기 때문입니다. 땅은 이미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고 하늘의 씨앗이 뿌려진 밭은 이미 많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사도들은 인간의 구원에 굶주렸고 마치 그들의 몸에서 껍질을 벗겨내듯 믿음의 빛으로 그들 마음의 열매를 뜯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리스도께서는 새로운 은총의 선물을 통하여 율법의 무용함을 은총의 일로 드러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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