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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의 연가 ....... 류해욱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28 조회수668 추천수10 반대(0) 신고


 

나무의 연가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 오후면

사람들이 내 그늘에 앉아

두련두련 삶을 이야기한다

혼자 다가와

내 몸에 기대어 쉬는 사람도 있다

그네들 삶의 푸념과 환희를 들으며

온몸으로 슬픔과 기쁨을 느끼지만

그때 그뿐

지나가는 바람에 잊혀지는 것

 

그런데

푸른 잎을 내고 거두는

오랜 세월

지나가는 바람을 바라보노라면

 

고요하게 다가와

가슴속 깊은 곳으로

빗물처럼 스며들며 지울 수 없는

흔들림을 남겨놓는 그런 만남이 있다

 

건너편 세관에 앉아

무심히 나를 바라보던 사람

한번도 말을 건넨 적 없던 사람

어느날 그가 다가와

훌쩍 내 등을 타고 뛰어올라 가지에 앉았다

새처럼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타는 갈망이

내 가지를 타고 뿌리까지 전해졌다

그의 뛰는 가슴으로

내 가슴도 두근거렸다

 

그를 개구장이 아이로 만들어

온통 흔들어 놓는

그분은 누구신가?

 

흰옷자락 훠이훠이

사람들을 헤치며 걸어오신 그분

해맑은 윳음으로

그분은

가만히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자캐오

어서 내려오시오

오늘 그대 집에 묵고 싶소

그분의 목소리 맑게 울려

나를 흔들었다

 

나는 보았다

아름다운 그분 눈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이 빛나는 것을

그의 얼굴이 경이로 떠는 것을

 

나는 보았다

거기 마음과 마음의 부딪침

거기 비껴오는 한줄기 빛을

세상을 비추는 구원의 햇살을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 만남의 기억은 더욱 깊어져

바람이 잎새를 스치는 날이면

그 사람의 빛나던 눈길이 떠올라

슬픔처럼 그리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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