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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12일 야곱의 우물- 마르 8, 11-13 묵상/ 기적의 현장에서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5-11 조회수464 추천수2 반대(0) 신고
기적의 현장에서

그때에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과 논쟁하기 시작하였다. 그분을 시험하려고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을 버려두신 채 다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셨다.

(마르 8,11-­13)
 
 
 
 
◆거창에서 교회를 개척한 후 만 16년 만에 그곳을 떠나 여수의 작은 섬 송여자도에 왔다. 이십 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전도사님과 같이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일 년 남짓 되어간다.
거창에서 살던 마을은 그 이름의 뜻이 ‘부처님께 맡긴 마을’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이사 가서는 많이 힘들었다. 예배당이 들어서면 마을의 젊은이들에게 화가 미친다고 어느 무속인이 말했다고 하는데도 못 들은 척하고, 마을 입구의 10년 동안 비어 있던 9평 정도 되는 집을 수리해 살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후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30평 정도 되는 새집을 지으려고 했다. 그때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는데, 우리에게 마을을 떠나라고까지 했다. 바로 무속인의 말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 절박했던 시기도 지났다.
 
그 후 16년이 흘렀고 지금은 120평 정도의 교회 건물이 마을 입구에 우뚝 서 있다. 1층에 있는 60여 평 되는 창고에서는 농산물을 직거래하고, 각종 효소음료를 만들어 저장한다. 마을의 콩을 모아 메주를 쑤어 된장을 담고, 200여 개의 대형 항아리를 놓을 수 있는 넓은 공간과 마당도 있다. 2층은 예배실이다. 농한기에는 마을 노인들을 모시고 노인학교를 여는데, 마음껏 팔을 벌려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며, 의료 봉사팀이 와서 종합병원을 차려도 될 만한 공간이다. 교회 건물 앞에 있는 30평의 사택이 지난날을 생각나게 한다.
 
그곳을 떠나는 날 새벽, 우리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가장 강력하게 앞장섰던 분이 제일 먼저 배웅을 오셨다. 자신이 했던 일을 잊어버리고 용서해 달라고 하셨다. 벌써 몇 번째 용서를 청하시는지 자신은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더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용서를 빌 만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예수님의 사랑을 보이는 삶을 살지 못해 그런 갈등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안타까웠을 뿐이다. 첫정은 잊기 어렵다며 어디 가지 말고 함께 오래오래 살자고 하시던 할아버지께 감사하면서, 눈물로 이별하고 이 섬으로 왔다.
 
그 16년 세월과 지금까지 섬에서 보낸 나날이 기적의 현장이었다. 우리는 날마다 주님이 하시는 일을 보고 있다. 어찌 이 시간뿐이랴! 살아온 모든 시간은 나도 모르게 함께하셨던 주님의 돌보심이었는데, 내 힘으로 살았다는 생각 때문에 주님이 하시는 일을 못 본 것뿐이다. 주님을 인정해 드리고, 주님을 볼 수 있는 삶의 자리는 바로 기적의 현장이 된다. 이 모든 것이 주님께서 생활 속에서 가르쳐 주신 교훈이다. 그럼에도 자주 세상을 바라보다가 낭패하는 일이 많지만 그것을 통해서도 배우게 하시는 주님이시니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원순희 목사(여수 송여자 생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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