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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수님 흉내내기 <19회> 액세서리 십자가 l 박용식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09 조회수709 추천수6 반대(0) 신고

  

    액세서리 십자가


     성녀 헬레나는 골고타에서 예수님의 십자가와 양옆의 두 도둑의 십자가를 발견했다. 성녀는 황제인 아들 콘스탄티누스 대제에게 요청하여 예루살렘에 성당을 건축하고 예수님의 십자가를 안치하였다. 그 후 페르시아에게 점령당해 오다가 헤라클리우스 황제가 페르시아인 들에게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탈환한 후 니케아공의회에서 십자가 공경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헤라클리우스 황제가 주님을 따르고자 화려한 의관을 갖추고 손수 십자가를 메고 골고타에 오르려 했으나 웬일인지 한 발걸음도 뗄 수 없었다. 아무리 힘을 써도 보이지 않는 줄에 매인 것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 뜻하지 않은 광경에 주위의 사람들은 그저 당황하여 떠들기 시작 하였다. 그때 즈가리아주교는 "옛날 그리스도께서는 머리에 가시관을 쓰기고 헌 옷을 두르고 십자가의 길을 올라가셨습니다. 그런데 페하는 금관과 화려한 차림을 하고 계십니다. 아마 이것이 주님의 뜻에 맞지 않는 것인가 봅니다." 라고 하였다. 신앙이 두터운 황제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허술한 옷차림을 하고 다시 십자가를 지고 걸었더니 산꼭대기가지 아무 일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는 사형 도구였고 고통의 극치였다. 십자가는 결코 화려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장식도 아니다. 현대인들이 장식용 목걸이나 귀걸이로 십자가를 달고 다니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우리가 십자가를 대하는 자세는 달라져야 한다. 예수님의 그 고통스러운 십자가 덕분에 우리가 구원받았음을 잊지 말고 경건한 마음으로 십자가를 모셔야 한다. 십자가를 편한 자세로 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십자가를 마지못해 억지로 져서도 안 된다. 주어지는 십자가는 기꺼이 지고 가야 한다.


    주님께서 두 제자를 데리고 어떤 길로 들어섰다. 거기서 주님은 각자에게 무게가 똑같은 십자가를 하나씩 내주면서, 당신은 이 길이 끝나는 곳에 가 있을 테니 그곳까지 십자가를 지고 오라고 지시하신 다음 자취를 감추셨다. 첫 번째 제자는 가볍게 십자가를 지고 가는 데 반해, 두 번째 제자는 지독히 힘들어 하면서 뒤쳐져 따라왔다. 십자가를 진 지 하루 만에 첫 번째 제자는 길 끝에 당도하여 십자가를 주님께 넘겨드렸다. 주님은 그 제자의 등을 두드려 주시며 "아들아, 아주 잘했다"라고 칭찬해주셨다.


    두 번째 제자는 이튿날 저녁이 되어서야 길 끝에 도착했다. 도착한 그 제자는 십자가를 주님의 발밑에 내동댕이치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저한테는 다른 제자보다 훨씬 더 무거운 십자가를 내주시다니요? 제가 이제야 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요."주님은 슬픈 얼굴로 그 제자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십자가는 둘 다 똑같은 무게였느니라." 제자가 따졌다. "그렇다면 앞사람은 아주 쉽게 십자가를 옮겼는데, 유독 저만이 십자가를 옮기느라 쩔쩔맸다는 말씀입니까?"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십자가를 탓하지 마라. 그 까닭은 십자가를 지고 오는 동안 줄곧 불평을 늘어놓은 너에게 있느니라. 네가 불평할 때마다 십자가의 무게는 늘어났던 것이다. 앞에 온 제자는 십자가를 지고 오는 동안 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에 그 사랑이 십자가의 무게를 덜어준 것이다. 그래서 힘들지 않게 옮길 수 있었던 것이지."


    불 뱀에게 물려 죽게 된 이스라엘 백성을 구리 뱀이 살렸듯이 예수님의 십자가는 인간을 살리는 생명의 십자가요 인간을 구원시키는 구원의 십자가다. "구리 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그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4,14-15).


    사실이다.


    인간이 고통스러울 때, 힘들고 어려울 때 십자가를 바라보면 힘이 솟는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 같고, 지금 당하는 고통이 감당할 수 없이 커 보일 때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 자신의 고통이 예수님의 고통에 비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십자가를 바라보면 위로가 되고 생기가 돋는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죽도록 고통스러울 때 십자가를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힘, 생명의 힘, 즉 생기를 얻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우리도 그리스도처럼 십자가를 져야 한다. 십자가를 지되 억지로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달게 져야 한다. 달게 지는 십자가는 무겁지도 않을 뿐더러 생명을 주고 구원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억지로 불평하며 마지못해 지는 십자가는 무겁고 고통스러울 뿐 생명에도 구원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달게 기쁜 마음으로 졌는가, 억지로 마지못해 졌는가?

 

          - 원주교구 횡성성당 박용식 시몬 신부 수필집 / 예수님 흉내내기중에서

                  

 

                                      
                                              가톨릭성가 123번 / 십자가 지고 가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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