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9-29 조회수442 추천수7 반대(0) 신고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요한 1,47-51)

천사 이야기를 할때면 항상 생각나는 재미난 일화가 많은 저입니다.
어릴때 주일학교에 참 열심히 나갔었는데,
어린 저에게 집에서 성당까지는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함께갈 친구도 없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묵묵히 걸어다녔습니다.
하느님이 좋아 몇시간씩 전에 도착해,
텅빈 성당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기다렸던 기억도 납니다.

학교에서는 뭐하나 특별히 잘하는게 없던 아이였는데,
주일학교 교리 시험은 대충 보아도 세손가락 안에 들었으니,
저희 가족들은 학교공부를 그렇게 해보라고 놀려대기 바빴던 기억도 납니다.

어느날 신부님이 아이들에게 신선한 강론을 해주셨습니다.
저와 같이 집에서 성당까지 먼거리를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였는데,
성당 오는길 한발짝 한발짝씩을 걸을때 마다,
우리의 수호천사들이 그 걸음의 수를 세어서,
하느님께 보고를 드린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니 걸어오는 길이 멀고 힘들더라도 하느님께서 다알고계시니,
즐겁게 하느님 만나러 오라는 당부의 말씀이기도 하였습니다.

그 말씀을 들은 이후로는 더욱 씩씩하게 걸어다녔습니다.
제 옆에서 함께 걸어줄 저의 수호천사와 조곤조곤 이야기도 나누며 말입니다.
하루는 천사에게 이름을 지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거나 막 지으면 안될것 같아서 제 세례명을 따서,
"천사님은, 이제부터 '골룸바 천사님' 이십니다!" 속삭이고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제 수호천사를 '골룸바 천사' 라고 부릅니다.

한참을 크고나서 제가 중학교 2학년때 였습니다.
친구와 길을 걷다 우리들의 장래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가 되고 싶은 꿈을 장황히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가 되자 친구가 제게 꿈이 뭐냐 물었습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다음에 꼭 천사가 되고 싶어."
그 아이도 성당에 다니는 친구였는데,
요상스런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래, 너는 꼭 천사가 될수 있을거야..."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그 친구의 머뭇거리던 요상한 눈빛이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와 죽겠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면, 어린나이도 아니었고, 나중에 이루고 싶은 꿈도 많을 나이인데,
함께 이야기 나누던 친구의 장래희망이 '천사' 라 하였으니,
그 친구의 황당함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감출길 없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도 참 대단하였지요.
난감했을 상황에 '꼭 될수 있으리라' 는, 격려까지 잊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

제가 고등학교때 54일 구일기도를 자주 하였는데,
어느날 그 기도가 끝나던 마지막밤 이었습니다.
그날 기도가 끝나는 순간, 처음으로 꿈이 아닌 환시를 보았습니다.
성모님께서 제방에 찾아오셨고,
그분을 둘러싼 작고 어린 천사들이 제 방을 둥글게 애워싸고,
어느 천사들은 악기를 연주하며, 어느 천사들은 춤을 추고 노래하며,
빙글빙글 도는것을 보았습니다.
제 마음은 뛰어 날아오를듯 기쁨에 차올랐고,
그때 그모습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다시 천사들을 보여 주십니다.
주일미사때 제단위의 하늘이 열리고 둥그런관 모양으로,
저 하늘끝까지 빛으로 뚫려 있습니다.
제단을 중심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이 주님의 시중을 들며, 그분을 경배합니다.
제단 한 모퉁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들도 보이고,
그들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보입니다.
이전에도 미사중에 가끔씩 신비로운 모습을 보았던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보다 훨신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보여주십니다.

우리가 대영광송을 부를 때에는,
제단에서부터 하늘 끝까지 하느님을 찬미하는 온갖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해 집니다.
성령의 비둘기가 날아 오르며 모든 천사들은 하느님을 큰 소리로 경배 합니다.

성체를 축성할 때에는 모든 천사들이 이마를 바닥에 대고,
두려움에 몸서리 치며 떨고 있습니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작은 미동조차 없어집니다.

성체축성이 끝나고 우리가 '아멘'을 노래할때는,
성령의 비둘기가 제단위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 오릅니다.

성체분배시간이 다가오면,
몇몇의 천사들이 커다란 보자기의 귀퉁이를 각자 잡고 분주히 움직입니다.
그 보자기 안에는 우리들이 받아 먹을 커다란 빵이 가득 합니다.
우리들은 작은 성체를 받아 모시지만,
우리들의 영혼은 그렇게 큰 빵을 양식으로 받아 먹는구나... 깨닫습니다.

'주님의 기도' 를 노래할때면,
제단을 중심으로 천사들이 둥글게 서로 손을 맞잡고 섭니다.
그리고 함께 노래 하며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이 그렇게 하느님의 시중을 드는 동안,
지상의 천사들은 성당으로 들어올수 있는 각 문앞에 서서 조용히 우리 곁을 지킵니다.

하느님의 시중을 드는 하늘의 천사들은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며 분주히 움직입니다.
그모습이 마치 꿀을 따서 집으로 옮기는 꿀벌들과 비슷합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제 눈에는 그렇게 쉴새없이 일하는 꿀벌과 같아 보입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어 보여주시는 이모든 신비를 저는 겸손되이 감사히 받습니다.
감히 제게 그럴만한 자격이 주어졌다는 생각은 꿈에도 품지 않습니다.
저는 나타나엘 처럼 정직한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마음이 따뜻하거나 착한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저에게 남들과 달랐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치지 않는 '하늘나라에 대한 열망' 일것입니다.

뜨겁지 못한 사랑은 남들과 다를것이 없습니다.
남들 하는만큼만은 저와 저의 하느님께 필요치 않았습니다.
대충, 적당히는 저와 저의 하느님을 만족시키지 못하였습니다.

늘 목이 마르고 배고픔을 느낍니다.
내 아버지의 무한하심을 알기에 당신의 사랑을 끝도없이 더 달라 아우성인 저입니다.
대신 세상의 것은 하느님 주시는 만큼만 받겠다 다짐합니다.
세상에 흔들릴때마다 날 잡아 달라 청합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놓아야 하느님을 얻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하느님을 얻으니, 세상은 덤으로 오더라는 것이,
제 삶을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의 방법이십니다.

저는 요즘도 가끔씩 기도합니다.
이다음에 제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갔을때,
혹시 하느님의 시중을 들 천사자리가 하나 빈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제가 일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제게 이 땅에서 부터 당신의 일을 하는 사람은,
이미 모두 천사라 말씀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하느님을 위해 사는 사람은 누구나다 이미 천사였습니다.
그분의 시중을 들고, 수발을 드는 사람은 이미 천사인것 입니다.

어쩌면 이미 천사인 사람만이 날아 오를수 있는 곳이 하늘나라 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분주히 움직이며 꿀을 날아 옮기는 꿀벌 같이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하늘의 천사들처럼,
이 땅에서 하느님을 위해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 하늘나라가 아닐까요...
꼭 사제나 수도자만이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매순간 그분께서 바라시는 일을 각자의 삶속에서 기쁘게 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하느님의 천사입니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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