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세의 자리에 앉아있다'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9 조회수616 추천수3 반대(0) 신고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마태 23,1-13)

 -유광수신부-


그 때에 예수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아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 제 자리가 있다.  우리는 저 마다 자가 자리를 알고, 제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아니 될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눈은 눈의 자리가 있고, 입은 입의 자리가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자리가 있고 어머니는 어머니의 자리가 있다. 선생은 선생의 자리가 있고 학생은 학생의 자리가 있다. 저마다 자기의 자리를 지킬 때 사회의 번영이 있고 가정의 평화가 있고 교회의 발전이 있다. 저마다 자기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데에서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혼란과 멸망의 길로 전락한다. 

 

저마다 제 자리를 알고, 제 자리를 지키는 것을 한문에서는 수분(守分)이라고 한다. 제 분을 지키는 것이다. 수분은 질서와 평화와 번영의 원리일 뿐만 아니라 미의 원리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저마다 제자리에 있을 때 건강하고 아름답다. 밥알이 밥그릇 속에 있을 때에는 이름답지만 얼굴이나 옷자락에 붙으면 아름답지 못하고 도리어 추하다. 그것은 제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사회는 제 각기 제 자리를 지키는 사회다. 그 자리에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 있다.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우리는 저마다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아니 될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든 존재는 다 제 구실이 있다. 우리는 저마다 제 구실을 다 해야 한다. 우리말의 구실이란 말을 한문으로 옮기면 직분이요, 책임이요, 사명이요, 기능이다. 어머니가 되기는 쉽지만 어머니 구실을 다하기는 어렵다. 스승이 되기는 쉽지만 스승 구실을 다하기는 어렵다. 신자가 되기는 쉽지만 신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사제나 수도자가 되는 것은 쉽지만 수도자나 사제의 구실을 다하기는 쉽지 않다. 인생의 의미는 저마다 제 도리를 다하고 제 구실을 다하는 데 있다. 인생은 사명실현(使命實現)의 자리요 직분완수의 무대이다. 인생은 놀고 즐기는 향락의 놀이터가 아니고 제 각기 제 구실을 다하고 제 도리를 다함으로써 제 빛과 제 의의를 드러내는 창조의 일터이다.


사람은 사람 구실을 하고, 학교는 학교구실을 하고, 나라는 나라 구실을 다해야 하고 교회는교회의 구실을, 가정은 가정의 구실을 다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제 구실을 제대로 하는 것이 별로 없다. 정치, 경제, 입법, 교회,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제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스럽다.


눈이 눈의 구실을 다하고, 위가 위의 구실을 다하고, 간이 간의 구실을 다 할 때 우리의 몸은 건강하다. 눈이 보는 구실을 못하고, 위가 소화하는 구실을 못하고 간이 영양저장의 구실을 못한다면, 우리의 신체는 병들어 죽을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구실, 어머니는 어머니의 구실, 선생은 선생의 구실, 사제는 사제의 구실, 수도자는 수도자의 구실, 평신도는 평신도의 구실을 다할 때 이 사회가 교회가 건강하고 발전한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들의 구실을 제대로하지
  못하고 있다. 모세의 자리란 어떤 자리인가? 모세는 하느님한테 부르심을 받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이끌어낸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인도해간 이스라엘백성의 지도자요, 목자이다. 그는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중간 위치에서 야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달하였고 하느님의 분부대로 그들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해간 사람이다. 그는 하느님께 충실한 종이었고 또 하느님의 뜻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충실히 전달한 지도자요, 목자였다.

 

모세는 자기의 영광을 위해 일하지 않았고 자기의 뜻을 전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 살았고 하느님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백성의 지도자로서 흠없는 자였으며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충실하게 봉사하였다. 모세는 한마디로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백성의 지도자로서, 하느님의 종으로서, 이스라엘 백성의 인도자요, 목자로서 자기의 직분에서 자기의 구실을 다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모세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의 나이 120세 나이로 그의 사명을 마치고 숨을 거두었다. 그의 자리를 이어 여호수가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였고 이스라엘 백성은 드디어 가나안 땅에 이르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모세의 자리를 이어받는 이들의 사명과 역할이 조금씩 흐려졌고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였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다. 즉 세월이 흐르면서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이 제 본연의 사명을 잊어버리고 백성들에게 봉사하고 모범을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의 영예와 존경을 받는 자리로 삼았다. 즉 본연의 사명을 잊어버리고 자기 자신들의 이익과 영예를 위해서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었다. 그들은 말만하고 실행하지 않았으며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 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하였다. 

 
바리사이들은 자기들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몰랐던지 아니면 잘못 알고 있었든지 둘 중에 하나의 삶을 살았다. 우리는 여기에서 자기의 자리가 어떤 것인지 또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자기의 자리가 있고 역할이 있다. 어느 한 사람만이 잘해서 모든 것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올바르게 해줄 때 사회가 건강해지고 가정이 그리고 공동체가 교회가 단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한 사람이 자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 사람의 자리와 역할이 어떤 자리 어떤 역할이냐에 따라서 그가 끼치는 영향은 다를 것이다. 세계  최대 강대국의 대통령의 자리는 세계 모든 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부시의 오만하고 탐욕 때문에 전 세계가 전쟁의 불안 속에 떨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수많은 생명이 죽어갈 수도  있는 긴급한 상황이다.

 

결국 나의 삶은 내가 사는 것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자기가 져야 한다.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한 마지막 심판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역할과 사명을 맡기신 하느님께서 하실 것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자리와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하느냐 하는 것은 나에게 달린 것이지만 그것에 대한 평가는 그리고 책임은 주님이 하실 일이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