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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30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29 조회수748 추천수12 반대(0) 신고
 

12월 30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마태오 2장 13-23절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성가정(聖家庭)의 비결>


   나름대로 꽤 진한 사추기(思秋期)를 겪으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도 상처받고 괴로워하던 제게 존경하는 수녀님께서 ‘현실요법’과 관련한 한 아티클(김인자 교수, 좋은 인간관계학회)을 읽어보라고 주셨습니다.


   별것 아니겠지 했었지만, 첫 페이지부터 끝장을 넘길 때 까지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한 마디 한 마디가 구구절절이 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어찌 그리도 제 가슴을 치게 하는 말들만 모아놓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만병통치약입니다.”


   “상대방이 바뀌어야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은 관계는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주는 주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조건 없이 자기를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옆에 있으면 일시적으로 방황은 하지만 탈선이나 범죄, 정신질환이나 신경증 등 부정적인 행동들을 선택할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중국 속담에 보복을 시작하기 전에 무덤 두개를 파놓고 하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보복은 결국 둘이 다 멸망한다는 뜻이죠. 우리의 만남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 때문에 우리는 괴로워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 사이에서 생긴 문제는 서로 괴로워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문제를 극복해서 행복해지기 위해 생기는 것으로 보는 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입니다.”


   “비가 오는데, 키 큰 사람하고, 키 작은 사람이 우산 하나만을 가지고 비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키 큰 사람에게 우산의 높이를 맞추면 키 작은 사람이 비를 맞게 되고, 키 작은 사람에게 우산의 높이를 맞추면 키 큰 사람이 비를 맞게 됩니다. 서로가 키가 다른 것에 대해 한탄하거나 탓하면 둘 다 불행해 집니다. 또 서로를 탓하다 갈 곳을 못 가게 될 수도 있죠. 해결 방법의 하나는, 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을 업고, 키 작은 사람은 우산을 들면, 비 맞지 않고 갈 곳을 가게 될 뿐만 아니라, 둘이서 서로의 믿음과 나눔의 경험을 창출해 낼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문제는 함께 해결할 수 있고 또 함께 해결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얻게도 되지요.”


   오늘 우리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성가정(聖家庭)은 어떤 가정이었습니까? 모든 것이 다 갖춰진 평수 넓은 고급 아파트를 소유한 가정이 아니었습니다. 평생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는 부유한 가정도 아니었습니다. 늘 안정과 평화가 깃든 원만한 가정도 아니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의 결혼 시초부터 성가정은 절대로 원만치 않았습니다. 마리아의 동정 잉태를 너무도 억울하고, 또 이상하게 여겼던 요셉은 파혼하기로 작정까지 했습니다. 탄생한 아기 예수는 마리아와 요셉에게 그 자체로 스트레스 덩어리였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예수 탄생 그날부터 갖은 죽을 고생을 다해야 했습니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토가 내린 호구조사령에 따라 임신한 마리아와 함께 요셉이 자신의 본 고향 베들레헴에 들렀을 때, 하필 마리아는 해산을 해야 했습니다. 고향 베들레헴에는 친척도 꽤 많았을 텐데, 다들 요셉을 문전박대 했던가봅니다.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해산할 방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한 요셉의 체면은 이만저만 구겨진 것이 아니었겠지요.


   요셉이 목수 일을 했다고 하지만 성가정은 찢어질 듯이 가난했었던가봅니다. 아기 예수의 정결예식 때 요셉이 예물로 바친 것은 고작 비둘기 새끼 두 마리뿐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헤로데의 칼날을 피해 마리아와 요셉은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머나먼 타국 이집트로 이사 가야 했습니다. 안 그래도 궁핍했던 성가정이었는데, 남의 나라 땅에서 죽을 고생을 다 했겠지요.


   성가정의 구성원 하나하나를 두고 보면 참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지경이었습니다. 도무지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가정, 뭔가 이상한 가정이었지요. 엄밀히 따지면 서로 피 한 방 울 섞이지 않는 남남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들 예수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신비에 쌓여있었고, 성장하면서 가끔씩 보여준 돌출적인 언행들은 마리아와 요셉의 속을 사정없이 뒤집어놓기도 했고, 비수처럼 찌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성가정의 구성원 각자 각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진 노력했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서로 양보하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인내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갔습니다.


   상대방으로 인해 미칠 것만 같을 때, 상대방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순간에도 상대방 안에 활동하시는 성령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그렇게 각자의 신앙여정을 걸어갔던 것입니다.


   오늘 이 성가정 축일에 이 한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원만한 가정은 절대로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끊임없는 상호 인내와 지지, 계속되는 용서와 격려, 그 결과 이루어지는 가정이 성가정입니다.


   가정은 구성원 각자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누는 장소입니다. 찌꺼기를 나누는 장소가 결코 아닙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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