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일에 지친 우리 . . . . . . . . [이우갑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21 조회수991 추천수13 반대(0) 신고

  


 

 

 

    성령강림 대축일을 지내면서 신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령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많은 분들이 성령에 대해 누군가 말을 하면

  ‘어렵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성령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꼭 교리나 성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성령을 받으면 뭔가 뜨겁고 열정적이고 변화되고

    그래서 무슨‘일을 많이 해야’하는

  ‘일을 하게 하는 영'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막상 우리의 삶은 좇아가지 못하니 부담이 되고,

    그래서 차라리 성령을 안 받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낫겠다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복음에서는“성령을 받아라”하시는 예수님 말씀 앞뒤로

  “평화가 너희와 함께”,

  “용서 하여라”라는 말씀을 전해주건만,

    어느덧 우리는 성령을 받는 것을

    평화와 용서의 고요함 대신

    일과 분주한 움직임으로만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느낌은

    성령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어느덧 깊은 평화를 찾거나,

    용서의 마음,

    내적인 침잠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대신 많은 활동과 외적인 성과

    그리고 숫자로 표시되는 분주함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앙이 깊다는 것을 많은 단체에 가입한다거나

    분주한 활동을 한다거나

    많은 예비자를 모아오는 것으로 여기는 풍조도 없지 않습니다.

 

    물론 신앙이 깊은 분들께서

    당연히 그런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이 신앙은 아닐텐데,

    이제 많은 곳에서는 신앙의 모습을

  ‘일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됩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교회에서도 끊임없이 외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하고

    성당 게시판에는 기도의 방법보다는

    보험회사 같은 그래프를 그려야 하고 심지어

  “기업의 성장 방법을 배우자”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하게 됩니다.

 

    조용한 신앙생활, 깊은 침묵은

    마치 이기적인 신앙생활로 여겨지기도 하고

    그것에 대한 추구는 교회의 성장을 가로막는 양 여겨집니다.

    자연히 그런 분들은 산사나 무슨 기수련원 같은 곳을 찾아

    위안을 얻으려 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그런 모습이 많습니다.

    우리성당에 외부에서 다른 손님이 오시면

    신자분들이 고맙게 본당 신부 자랑을 합니다.

 

  “우리 신부님은 여기 오셔서

    화장실도 새로 고치고,

    쉼터도 만들고,

    예비자 봉헌도 많이 하고,

    공부방도 새로 지으셨어요.

    이런 말씀을 들으면

    정말 내가 무슨 업자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글프게도 신자분들의 칭찬 속에는

    우리 신부님은 얼마나 깊은 기도를 하시는지,

    얼마나 내적인 고요함을 가지고 평화를 누리는지,

    그런 말씀은 별반 없습니다.

    잘못 산 것 같습니다


    많은 일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많은 예비자도 정말 중요하고

    심지어 가난한 이를 찾아 돕는 것이 복음의 핵심인줄은 알지만...

 

    그것이 성장의 논리,

    기업의 논리가 아니기를 기도합니다.

 

    성령이 나에게로 오시는 기쁨이

    일만 많이 하도록 부추기는 뜨거움으로가 아니라

    연한 바람 같은 깊은 평화가 먼저이기를 기도합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