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마음에서 마음으로 . . . . . . . [하유설 신부님. 메리놀 외방 전교회]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11 조회수866 추천수16 반대(0) 신고

 

 

    지하철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신 지체인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두 어린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어린이들과 가까이하고 싶은 눈치였다.

 

    그 다음엔 지하철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어떤 사람은 돈을 구걸하는 것으로 여겨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손은...

    돈을 구걸하는 것처럼 펴져있지 않고 약간 오므라진 상태였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쳐다보거나 아예 외면했다.

    약간 긴장감 마저 감돌았다.

    마침내 그 청년이 내 옆 자리에 앉았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으리라.



    그 청년은 나에게 손을 내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몸짓으로 말하려는 듯했다.

    불현듯!

    그 청년이 자신처럼 하기를 원한다는 생각이들어 나도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는 새끼 손가락을 펴보였다.

    우리는 요즘 아이들처럼 서로 새끼 손가락을 걸어 악수를 했다.

    그 청년은 단지 자신의 방법으로 악수를 하며

    사람들과 인사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순간 지하철의 무거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청년과 웃으며 악수하는 나를 보고

    맞은 편에 있던 사람이 미소지었다.

    내 눈과 마주치자 웃음으로 인사했다.

 

    그 때까지 말없이...

    모든 것에 무관심한 듯,

    무표정하게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관심을 보였다.

    어느새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그는 이렇게 우리의 닫힌 마음을 열어 연결시키며

    조금이나마 서로에게 친밀감으로 다가가게 했다.

    그의 현존은 새로운 분위기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그 짧은 순간에

    우리 사이에서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시켜 주었다.



    그 날은 성탄 전날이다.

    그 청년이 우리 모두에게 성탄절 선물을 주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는 우리에게 그리스도로 다가왔던 것이다.

    우리가 소외된 존재에서 벗어나

    그 청년과 그리고 서로에게 연결해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청년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겉으로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하철에 탔던 사람들은 역에서 내려 각자의 삶으로 흩어져 갔으나

    이 신비스럽고 거룩한 그 순간의 체험은

    금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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