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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26주일]안동교구주보:김정현 마태오 신부님
작성자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쪽지 캡슐 작성일1998-09-27 조회수6,944 추천수2 반대(0) 신고

[안동교구주보]

 

   순간의 행복과 영원한 행복 사이에서

         봉화 성당 김정현 마태오 신부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을이 점점 깊어져 가고 한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결실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추수를 하기 위해 낫을 든 농부의 마음이 어떤지는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뿌린 씨앗이 자라나 풍성한 결실을 맺었을 때 농부의 마음은 한없이 풍요롭습니다. 좋은 결실을 맺은 농작물이 곡간 안에 고이 저장되어 사람들의 일용할 양식이 될 뿐 아니라 새 생명을 틔우는 씨앗으로 다음 해에 또다시 뿌려집니다. 반면 아무리 무성하게 자라고 한 여름 태양 아래 푸른 잎사귀를 나풀거리던 것들도 그 결실을 올바로 맺지 못하면 가차없이 베어져 버리고 불타는 아궁이 속에 던져져 버립니다. 이러한 것을 통해 우리는 세상

만물이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깨달아야 함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깨닫기 위해서는 자기 생의 출발점과 종착점, 즉 처음과 마지막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세례 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던 그 때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며, 우리의 영혼이 얼마나 깨끗했었습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름답던 우리의 모습도, 깨끗하던 우리의 영혼도 점점 퇴색되어 가고, 내 인생의 처음과 마지막을 생각할 여유는커녕 내 눈 앞의 만족을 위해 얼마나 발버둥치고 있습니까? 자신 본래의 모

습, 자기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탐내며 거만하게 살아갈 때 우리의 마지막 모습은 초라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부자와 나자로' 의 비유를 통해 말씀하고 계시듯 구원은 자신의 부족한 한계를 아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한계를 인정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

를 알게 되고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게 됩니다. 분명 우리 각자의 삶에 있어서 풍족하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이지만, 그 풍족함 때문에 우리의 눈과 귀가 멀어져서는 안됩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 는 하느님께 대항하거나 거지 나자로의 운명을 더 비참하게 만든 일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부를 향유하는 데만 몰두했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의 부르심에 대해 귀가 먹었습니다. 그의 재산과 그가 누린 멋진 삶이 하느님에 대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내세의 삶"에 대해서 그를 눈멀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반면 "하느님이 도우신다" 라는 뜻을 가진 "나자로"는 자기 자신이 한없이 부족한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오로지 하느님께만 희망을 두고 살아갔

습니다. 그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 때문에 자신의 비참함을 인내로이 참아 받았으며, 결국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천상 행복을 맛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세례 성사가 구원, 즉 따스한 아브라함의 품을 보장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따스한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 계명과 예언자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고통과 시련 그리고 멸시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제2의 나자로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한계와 부족을 깨닫은 나자로와 같은 사람

만이 하느님만이 주권자이시며, 왕 중의 왕이시고, 군주 중의 군주이시며, 영원한 생명을 주실 수 있는 분임을 굳게 믿을 수 있습니다. 순간의 행복을 위해 영원한 행복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자는 눈과 귀가 멀어 성서의 말씀은 커녕 저승으로부터 사자가 온다고 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며, 가장 큰 기적, 즉 죽은 사람의 부활조차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만족을 가지고 흥청댈 것이 아니라 정의와 경건, 믿음과 사랑,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며 비록 내 자신의 삶의 가난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순간의 행복과 영원한 행복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부에 현혹되어 자신의 눈과 귀를 멀게 해서는 안됩니다. "주님께서는 부유하셨지만 가난하게 되셨고, 가난해지심으로써 우리를 부유하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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