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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 괜찮아 마구 두들겨.......’ / 이인주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9 조회수934 추천수15 반대(0) 신고
 
 
‘마! 괜찮아 마구 두들겨.......’

  어느 성당의 종지기가 아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행복하고 늘 기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뭐 봉급이 많아서도 아니고, 대단한 지위가 자신을 기다려서도 아니다.
 
늘 정해진 시간이 되면 종을 칠 수 있어 좋고, 또한 그 종소리에 의해 그 지역 사람들이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고 마감하기 때문이었다.
 
더 그에게 그의 종지기 생활에 의미를 부여한 것은 종 탑 위의 그의 생활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린다고 생각한 것이오, 자신 또한 누구보다도 하느님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분의 음성을 느꼈다고 생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불이 났다. 당연히 종지기가 그 불을 가장먼저 발견했다. 그는 그 순간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 종은 불종이 아닌데, 어쩌지?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종을 치던지 아니면 불종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 했다.
 
그 순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하느님의 음성이 들렸다. ‘마! 괜찮아 마구 두들겨.......’ 그는 정신없이 종을 두들겼고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불 종소리를 듣고 불난 집을 향해 물을 들고 뛰어가 잠시에 불을 끌 수 있었다.
 
종지기는 그저 종만 쳤을 뿐인데 모두들 잘했다고 칭찬이 대단했다. 잔뜩 긴장을 하고 신부님의 얼굴을 쳐다보니 신부님도 웃고 있었다. ‘그래 잘했다. 종지기 네가 없었던들 그 집은 지금 얼마나 어려움을 겪어야 하겠나, 선을 위해선 무엇이든지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란다.’
 
이래서 종지기는 너무나 자신이 종지기가 된 것을 기뻐했다. 그러면서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우습기만 한 그 한마디 ‘마! 괜찮아 마구 두들겨.......’ 그 소리가 귓전을 맴돌다 이젠 아예 가슴 한 가운데 턱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아! 이것은 또한 무슨 뜻일까? 그 때 또 한 가지의 기쁨이 다가왔다. 아! 기도는 실천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구나, 실행이 없는 기도는 그만큼 가치가 덜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임을 알았다.
 
머리로 한 기도가 마음에 와서 자릴 잡아야하고, 하느님의 음성이 들린 그 순간에 자리를 박차고 움직일 수 있는 영적인 기동성이 살아 있는 사람이 참 하느님의 사람이며 참 기쁨을 누리며 사는 사람임을 또 깨닫게 된다.
 
아! 하느님은 참 묘하시기도 하시지 어떻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신 담. 그러면서 싱글벙글 웃는 종지기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못해 황홀해 보인다.
      

  그런 종지기가 다시 자신의 종 탑 위에 올라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려고 앉아 성서를 펴니,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가 주십시오.”하고 말하는 대목이 아닌가?
 
아! 이건 아닌데 왜 예수님이 고기도 많이 잡게 해 주셨는데 떠나가 달라고 하는 것일까? 음! 그러면 그렇지 좀 창피하니까 그런 것이구나. 아니, 뭔가 깨달음이 있어 예수님께 마음을 조아리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본 종지기는 이제 뭔가 문리가 나에게도 생겼단 말인가?
 
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더 겸손해 질줄 아는 내가 되어야 해, 사실 난 베드로님에 비하면 너무 겸손하질 못하잖아. "주님, 오늘 하루를 감사드립니다." 하며 종을 치러 나가는데 도선생께서 옆집 담을 넘으려는 것이 아닌가?
 
이번엔 불종은 아니지만 그 종을 치는 힘에 하느님께 간곡한 부탁을 한다. 저 도선생이 이 종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의 손과 발로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살 수 있어, 저 담을 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종을 치고 보니 그가 성모상 앞에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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