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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을 배경으로 한 삶" - 2007.11.28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8 조회수469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11.28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다니5,1-6.13-14.16-17.23-28 루카21,12ㄴ-19

                                                   
 
 
 
 
 "하느님을 배경으로 한 삶"


푸른 하늘을 배경하여 아름다운 불암산 이듯이,
푸른 하느님을 배경하여 아름다운  우리의 삶입니다.

  “하느님이 계신 곳을 찾지 말고 하느님을 찾아라.”

제가 즐겨 인용하는 어느 사막 수도자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언제 어디에나 계시기에 지금 여기가 하느님 계신 고향입니다.
이런 믿음이 있어
무수한 신앙 선배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선교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진정 강한 사람,
언제 어디서나 주님과 함께 하는, 주님을 배경한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든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니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 하십니다.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시겠다고 합니다.
하느님을 배경하고 있으니 전혀 염려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1독서의 벨사차르 임금과 다니엘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외관상 천하무적의 벨사차르 임금에 비해
유다에서 데려온
유배자들 가운데 하나인 다니엘의 존재 미미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깊이 안을 들여다보면 허약하기 짝이 없는 건,
반대로 벨사차르 임금이었습니다.
 
하느님을 배경으로 모시지 못한 삶의 허약함이요 불경스럽기가 목불인견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져온 기물들로 술을 마셨고,
금과 은, 청동과 쇠, 나무와 돌로 된 신들을 찬양하였습니다.
 
마침내 주님의 심판의 손길이 임하자
속수무책 안으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벨사차르 임금입니다.
얼굴빛이 달라졌고 허리의 뼈마디들이 풀리고 무릎이 부딪쳤습니다.
 
마침내 다니엘을 대령시킵니다.
 
어떤 적대자를 만나더라도 언변과 지혜를 주시는 주님을 배경한 덕분에
엄위하기가 추상같은 대제국의 임금 벨사차르 앞에서
고요하기가 태산 같아 전혀 당황하거나 동요하는 기색이 없는 다니엘입니다.

“이제 그대가 저 글자를 읽고 그 뜻을 나에게 설명해줄 수 있다면,
  그대에게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을 목에 걸어주고
  이 나라에서 셋째 가는 통치자로 삼겠다.”

순전히 물질적인 유혹이 흡사 광야에서 예수님을 유혹하던 사탄을 닮았습니다.

하느님을 배경한 모든 무욕(無慾)의 사람들에게
세속의 부귀영화는 쓰레기일 뿐,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다음 다니엘의 겸손한 답변이 얼마나 통쾌합니까?

하느님께서 주신 용기와 언변과 지혜입니다.

“임금님의 선물을 거두시고, 임금님의 상도 다른 이에게 내리십시오,”

이어 주저함 없이 용감하게 임금의 죄를 조목조목 밝힙니다.

첫째, 임금님께서는 하늘의 주님을 거슬러 자신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둘째, 성전의 거룩한 기물들로 술을 드셨습니다.

셋째, 은과 금, 청동과 쇠, 나무와 돌로 된 신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며 알지도 못하는 신들을 찬양하였습니다.

넷째, 임금님의 목숨을 손에 잡고 계시며
  임금님의 모든 길을 쥐고 계신 하느님을 찬송하지 않으셨습니다.
 
죄의 진상을 밝힌 후,
벽에 나타난 글자를 풀이하며 주님의 심판을 선언하는 다니엘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게 벽에 나타난 두 번째 말마디 ‘트켈’입니다.
 
‘임금님을 저울에 달아보니 무게가 모자랐다’라는 뜻의 트켈이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하느님을 까맣게 잊고 산 벨사차르 임금의 허장성세의 삶,
속은 텅 비었으니 그 존재의 무게는 가벼울 수뿐이 없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배경한 충만한 존재,
속이 꽉 찬 다니엘의 무게는 벨사차르 임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하느님께서 당신의 저울에 우리를 다신다면
우리의 무게는 모자라지는 않겠는지요?

하느님을 배경한 이들,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참아 견디는 인내의 힘도 생깁니다.

“너희는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

주님 말씀대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하느님만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한 인내의 결과
다니엘은 적국에서 지혜로운 처신으로 생명을 누리게 되었음을 봅니다.
 
탓할 것은 그 누구도 무엇도 아닌 내 믿음 부족임을 깨닫습니다.

인내로서 표현되는 믿음입니다.
 
인내하기로 하면 하느님만큼 인내하시는 분도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향해 마음 활짝 열고 인내할 때
하느님은 때가 되면 필요한 은총을 내려주십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삶의 배경이신 주님을 새롭게 확인하며 감사하는 우리에게
주님은 인내의 믿음을 선사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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