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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128) 휠체어를 누르는 아버지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03 조회수426 추천수2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7336       작성일    2004-06-25 오전 10:08:17
 

2004년6월25일 연중 제12주간 금요일ㅡ열왕기하25,1-12;마태오8,1-4ㅡ

 

    (128) 휠체어를 누르는 아버지

                                                             이순의

 

 

골목이 소란스럽다.

잠깐의 순간에 어눌한 웃음소리로 시선을 끌어 모은다.

한적하다.

그들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출 사람도 없다.

반백의 아버지가 허리를 굽혀 휠체어를 누르고 있다.

앉아서 팔을 걸쳐놓아야 할 팔걸이를 누르며 옆걸음을 친다.

너무나 불편하다.

보기에도 답답하다.

휠체어 옆에 엎드려 잔뜩 구부린 허리가 시리게 느껴진다.

그래도 웃음소리는 골목을 휘돌고 남아 하늘로 승천한다.

"어우 잘하네. 그래 그래 잘 했어. 그렇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 잘한다."

"헤헤 엉? 이익케? 헝헝헝, 미어? 이익케? 흐흐흐, 엉어. 뎌어? 미어?"

거뜬히 2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건장한 장정의 혀 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돌아보니 중풍? 뇌졸중? 사고? 충격?.......?

여려 상황을 짐작케 할 만큼 상태가 불경하다.

무릎을 감싼 보호대며, 한쪽으로 돌아 가버린 얼굴, 휠체어 손잡이에 용심을 쏟으며 덩

치 큰 육신을 의탁하는 부자유!

걸음마를 배우고 있다.

저렇게 큰 아들에게 반백의 아버지가 걸음마를 가르치고 있다.

아버지께서 타고 앉아서 밀라고 하기에는 휠체어에 실린 육중한 청년의 몸무게가 포

화상태다.

아버지도 휠체어도 하늘로 들려 날아가고, 무기력한 아들의 몸은 아스팔트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처질 판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언덕이 되어 휠체어 손잡이를 누르고 있다.

당신의 체중보다 더 무거운 아들의 체중을 키워서 휠체어 손잡이를 누르며 옆걸음질

을 치고 있다. 

혼자서는 서 있을 수조차 없었을 자식이다.

생때같은 자식의 어제가 꿈 이런가 싶으다. 

저만큼 일으켜 휠체어를 잡고 서기까지의 노고가 훤하다. 

아버지의 믿음이 골목안의 기도가 된다.

휠체어는 희망이다.

장성한 아들의 걸음마 교습을 감당해 주는 아버지의 사랑!

늙으신 아버지 앞에서 새로운 삶에 도전을 동반하는 아들의 용기!

"어우 잘하네. 그래, 그래 잘 했어. 그렇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 잘한다."

"헤헤 엉? 이익케? 헝헝헝, 미어? 이익케? 흐흐흐, 엉어. 뎌어? 미어?"

부자의 심성은 하나다. 

지남은 용서하고, 현실은 겸손하며, 내일이라는 존재는 이미 그 자체가 종교다,

한참을 바라보며 비틀비틀 위태롭게 골목 귀퉁이로 접어가는 부자의 웃음소리에 마

음이 젖는다.

저 아버지께서 저 휠체어를 누르고 있는 한, 저 아들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ㅡ예수께서 그에게 손을 대시며 "그렇게 해 주마. 깨끗하게 되어라." 하고 말씀하시자

대뜸 나병이 깨끗이 나았다. 마태오 8,3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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