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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원한 현역(現役)" - 1.2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26 조회수426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1.26 수요일 성 디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티모1,1-8 루가10,1-9

 

 

 

 

 

"영원한 현역(現役)"

 

 

 

제가 즐겨 쓰는 말마디중 하나가 영원한 현역이고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하느님의 전사라 칭하는 우리 수도승들은

제대가 없는, 죽어야 제대인 그러나 계급장 없는 영원한 현역입니다.

지난 22일 타계한 한국문학의 거목인 박완서 씨에 관한 기사에서

이 말마디를 발견하고 공감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현역이면 행복하겠다는 말대로

  고인은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 소설과 산문을 발표하며

  마지막 80세까지 영원한 현역으로 자리를 지켰다.”

 

요 몇 년 사이 작고한 유명인사들 중

모든 각종 일간신문 한 면을 차지한 분은

김수환 추기경,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법정스님에 이어

박완서 작가입니다.

 

그토록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국민 모두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분은 일찌기 없었습니다.

세상 한 복판에서 영원한 현역으로

어느 수도승 못지않게 참으로 치열하게,

그러나 따뜻하고 넉넉하게 살았던 분입니다.

 

"가난한 문인에게 부의금 받지 마라." 

는 박완서씨의 말씀, 마치 고승의 유언처럼 들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으로부터 둘씩 짝지어 파견된 72명 제자들은

흡사 세상 전쟁터로 떠나는 주님의 전사들 같습니다.

주님의 전사들로서의 무장이 참 허술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총 사령관 예수님의 지시가 엄중합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 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바로 이게 이리떼 세상 전쟁터로 파견되는

양 같은 주님의 전사들의 모습입니다.

 

완전히 무장 해제된 무소유의 텅 빈 가난한 모습들로

무력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 하느님의 전사들인 제자들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일 당 백의 최정예입니다.

하느님의 권능과 평화로 무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가는 곳 마다

주님의 평화를 선사하는 주님의 전사들이요

주는 것만 먹되 이집 저집 옮겨 다니며 민폐를 끼치지 않으며

최소한의 의식주에 만족합니다.

 

목표는 오직 평화를 선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새삼 하느님의 전사들로서의 최고의 무기는

스스로 택한 가난과 주님의 평화임을 깨닫습니다.

자발적 가난의 텅 빈 마음 안에 가득한 온유와 겸손과 평화이고

이들보다 영적전쟁에 좋은 무기도 없습니다.

 

예수님과 그 제자들을 비롯한 수도승들은 물론이고 믿는 이들 역시

모두가 하느님의 전사들입니다.

사도 바오로 역시 타고난 하느님의 전사입니다.

그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생명의 약속에 따라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가 된 바오로’로 자신을 정의하는 데

‘사도’대신 ‘전사’를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이어 사랑하는 아들,

하느님의 전사인 티모데오를 축복하며

하느님의 은총으로 단단히 무장시킵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내리기를 빕니다.”

 

진정 하느님의 전사들은

주님의 은총과 자비와 평화로 무장한 천하무적의 사람들입니다.

이어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전사인

티모테오의 전의와 사기에 불을 붙입니다.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시는 게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십니다.”

 

하느님의 전사들이 하느님께서 주신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으로 충만할 때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담대히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며 영적전투를 승리로 이끕니다.

수도승들은 물론이고 믿는 이들 모두가

제대가 없는 영원한 현역의 하느님의 전사들이요,

이게 우리의 복된 운명입니다.

영원한 현역의 하느님의 전사들인 우리 수도승이기에

평생 영성 훈련이 일과표에 따른 끊임없는 기도와 노동의 수행입니다.

주님을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자기를 비운 하느님의 전사들인 우리를

당신의 은총과 자비와 평화로 무장시켜 이리 떼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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